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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갑자기 김장

by 나철여

그냥 연락 달라길래 그냥 락했다.

괜히 다.

상당히 힘든 하루였다.

노답

노잼

누구세요?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연락두절


이제

연락머리가 잘려 나갔다


그 친구의 연락은

동경과 질투 아님 대리만족 그 어딘가에 있다.

나도 힘들다 진짜.

나불나불

(...)

해피엔딩 1.




며칠 전, 거제에 사시는 아들네 사돈께서 아주 조심스럽게 연락이 왔다.


"김장은 하셨어요?"


매년 다짐했다. 작년에도 '내년부턴 김치 사 먹어야지' 라며 다짐했는데 올해도 담게 되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김장 배추가 생겼고 이번엔 절여진 배추를 씻어서까지 주다니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

거제에서 한라봉 농장하시는 아들네 사돈께서 해마다 철마다 직접 농사지은 무공해 배추랑 직접 캔 생굴이며 온갖 양념까지 주시니 그저 감사히 받만 한다. 뼛속까지 감사.

이런 연락은 괜히 주는 게 아니다. 주저주저하시지만 깊은 애정이 배추 속까지 절여져 있다.


이틀 전

지하수로 맛있게 씻어주신 절임 배추를 받아왔다.

한 잎 뜯어먹어보니 배추가 달다.

전날 사돈내외께서 직접 캐신 생굴을 싸 먹으니 세상에서 가장 값진 굴보쌈이다.

김장 배추는 속도 알차다.

어제는

쓱싹쓱싹 혼자서 김치냉장고에 김치 일곱 개를 다 채웠다. 언젠가부터 올해만 하고 김치 사 먹어야지 다짐할 만큼 힘에 부친다는 걸 몸이 말한다.

칠십이 코앞이라 육십 줄에 담근 김장김치는 진짜 마지막이 확실하다.


올해도 '내 손으로 담그는 건 이게 마지막 김장이야' 하며 꾹꾹 눌러 다짐했다. 앞서 양념 준비하는 것도 뒷설겆이도 만만찮다.

미리 김치냉장고 비우고 여기저기 묻은 김치양념 씻어내는 설거지는 성공한 김치맛에 비할 바 아니지만 힘들긴 마찬가지,

허리를 겨우 펴고 찜질팩으로 토닥여주니 어제는 금세 잠이 들었나 보다.

그래도 몸 힘듦이 마음 힘든 것보다 나았는지 꿈도 안 꾸고 화장실도 안 가고 푹 자고 깨니 새벽 5시였다.

굴 듬뿍 넣은 굴김치는 겉절이로, 우선 먹을 김치는 통깨도 듬뿍, 푸른잎사귀로 이불덮고 있는 건 김치냉장고로, 이렇게 많아도 맞벌이 아들네가 먹을 김치양은 십분의 일도 안된다.


내손이 내 딸이다. 아침에 맛보니 절대맛이다.


2025년 12월 6일 토요일에 마지막 맛있는 김장했다는 걸 나의 뇌도 오래 기억해 주길 바래, 꼭!

갑자기

해피엔딩 2.


사돈네 집에서 바라본 바다 갯펄과 대문없는 집 전경
한라봉과 황금향 그 옆하우스는 제철 채소농사와 새끼 밴 염소와 닭들, 바라보기만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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