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면 다 잘 살까

부자이기보다 잘 사는 사람의 여유

by 나철여


애플 회원도 자스민 회원도 아닌 브런치 회원이다. Vip도 V.Vip도 아닌 그냥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매일 대접받고 있다.


"뭔,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다" 하면 이미 돈의 노예다.

아무리 변명해도 그렇다.


'그럼 나는?...' 약간의 노예근성은 보이지만 잘 모르겠다, 아직은.

분명한 건 한 맺힌 듯 돈 벌려고 한적 없다.


열심히 뛰었지만 지혜가 부족했을 뿐이다.

그러니 힘들게 살았지. 그래도

이 나이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뒤돌아본다. '부자'말고 '잘 사는가'를.




이제 항암남편도 웬만해졌고 주 중 육아도 방학이다. 매일 입꼬리가 올라간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도서관, 시간이 나를 데려다준 곳이다.

뛰면 5분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닿는 도서관은 내가 이 동네로 이사 오고 4년이 지난 시점에 생겼다.


편리성에 적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제 딱 1년이 된 도서관이라 여전히 모든 게 새것이다. 책도 컴퓨터도 OTT존도 의자도 책상도 화장실도 다 새것이다. 어느새 내 손때 묻은 흔적들이 내 것인 양 익숙해졌다. 익숙하면 더 조심해야 한다. 초심을 잃기 십상이다. 아직은 마음이 복잡할 때면 짧은 시간이 데려다주는 이곳, 도서관만 한 게 없다.


도서관에 오면 맨 먼저 신문사설을 본다.

각 언론사 신문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신문도 봐야 하고 잡지도 봐야 하고 OTT존에서 웨이브도 봐야 하고 컴퓨터로 브런치글 수정도 해야 하고 그냥 신난다.

하고, 보고, 읽고, 또 쓴다.

돈 많이 벌 때보다 더 신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이 순간만큼 나는 부자다. 시간 부자다.


고생 끝에 낙이라는 기쁨과 함께 고상함이 따라왔다.

고생과 고상이 함께 따르는 부자, 고생하는 돈노예 보다 책노예가 더 고상하다는 걸 알아 버렸다. 돈 없어도 반기는 곳이다. 보호자로, 육아할미로, 품위 유지 하기로는 최상인 곳이다. 시 쓰지만, "이제 남편도 웬만해졌고 주 중 육아도 방학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앙쌍함마저 여유롭다...by.철여

당연한 자연이치인데 오늘따라 새삼스럽다.

늘 아침마다 손자들 등원시키러 다니던 길도,

겨울 한복판인데 아직 안 떨어지려고 몸부림치는 대여섯잎 남은 나뭇잎도,

다 여유로워 보인다는 게 신기하다.


옛날엔 부자소리를 듣고 싶어 안달 났는데 이젠 잘 산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안달이다. 시간이 넉넉한 여유보다 넉넉하게 쓰는, 여유 있는 지혜를 부리면서 말이다.


잘살자,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한 맺힌 듯 쓰지 말고 여유롭게 자.


이런 여유는 처음이야.

여유야 여유야 뭐 하니... 밥 먹는다... 또?

여유야 여유야 뭐 하니... 글 쓴다... 또?

틀렸어 망했어 난 왜 이리 잘하는 게 없을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매일 입꼬리가 올라가는 요즘,

어디든 괜찮아.


매일 입꼬리가 올라가는 요즘,

뭘 하든 괜찮아.


매일 입꼬리가 올라가는 요즘,

잘 살고 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