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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기분이 드는 날

져주는 거다

by 나철여

죽지 못해 살아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데

살지 못해 죽으면 천국이 있을까?
많이 지쳐가고 있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생각해?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지금이 지옥이니까

그럼 천국은 언제였는데?
이보다 나은 곳은 다 천국이야

그래도 버텨야 한다.

영화 <플레인>에서 나온 대사다.

"1분에 1분씩 버텼다고"
나는
1초에 1초씩만 버티면 된다.

누가 알아
1초만 지나면 멋진 세상이 펼쳐질지..

두렵지만 한 번은 크게 일탈을 벼른다.

내 인생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아직 남편의 보호자로 살고 있는데,

아직 짜증 한번 안 부렸는데,
나도 뇌하수체 종양으로 희귀성 난치병에 등록되었다.


검사도중 뇌경색이 발견되었다.
또 검사도중 뇌동맥류의심까지 듣고 집으로 오는 길 운전하며 펑펑 울었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저 열심히 살았는데...

남편의 굴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데...


바람을 피울 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싶었지.

이제 됐다 싶을 즈음 폐암에 걸렸어.

살려내려 안간힘을 썼지. 살았어.


노년기가 훅 들어왔다.
눈도 침침,이라 쓰고이라 읽는다.

어제도 밤을 꼴딱 새우는가 했다.
돌아 누우면 오려나, 엎드리면 오려나, 이층 침대 아래위를 오르락내리락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였음 좋겠다) 언제 들었는지 꿈 때문에 또 깼다.


waave를 켰다.


단편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는 손비 직가가 쓴 작품이다. 당일치기 여행이야기다.


8부작인데 에피소드마다 주인공 박하경(이나영)이 기적같은 만남의 장면과 사람들의 대화를 그렸다.

하경은 국어 선생님이다.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에서 긴 내면의 연기를 펼치는 나영과 하경은 닮아있다. 나도 닮고 싶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진다.


1화.

마음 내다버리기


2화.

꿈과 우울의 핸드크림전


3화.

메차멜로


4화.

속초는 오랫만이다


5화.

안드로메이다 ; 스텝이 꼬여도 춤은 계속 된다








6화.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모험은 가능하다

(...)

나도 딱 요만큼 쓰고 싶고, 딱 요만큼 여행하고 싶다.

이기고 질 일도 아닌데 지는 기분이 드는 날은 그냥 져 주는 거다. 평온하다.



기도했다.

내일도 오늘처럼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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