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안 쓸 결심

필자도 필자 나름

by 나철여

서두르면 망치고, 두드리면 열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여우 보다 더 여우 같은 여자가 되었다.

내 브랜드는 내가 높인다.




옷쟁이로 27년간 한눈팔 겨를 없이 오직 한 우물만 팠다.

고정고객수가 1만 5천이니 27년간 이 손을 거쳐간 고객은 더 많다. 직접 상대한 고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을 손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잘 난 고객부터 이상한 고객까지 부지기수다. 무조건 컴플레인 거는 소비자는 우수고객 명단에는 없다. 그들은 블랙리스트에 걸려 언제든 경계심부터 부른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선택지가 다양했지만 남은 건 브런치, 이 쪽에 자리 잡았다. 이제 브런치작가 2년 차, 댓글에 진심인 내가 댓글에 소름 끼쳐 연재 중이던 [철로역정] 브런치북 하나를 폭파시켰다. (3편까지 쓴 글에 수십 명 작가님들의 진심 댓글에는 너무 큰 결례를 범했다는 걸 폭파 후 알게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잊지 않고 보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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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 쓸 결심이었다. 다시는 오픈된 곳에 안 쓸 결심으로...


'팔자 길들이기 나름'이란 말을 믿는 나에게 '필자도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들어 싹 지우고 다시 쓰는 사람,

붓을 놓지 않는, 筆(필)자가 될 팔자라는 걸 알았다. 더 쓰고 싶어 안달이다.

서두르다 망친 꼴, 다시 두드린다, 닫아버린 닫힌 문.


사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절대 안 믿게 된다. 단단히 경계를 해도 순식간에 당했다. 좀 덜 생긴 사람이 믿음 가는 건 잘생긴 사람에 대한 경계보다 쉽다. 잘 입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쉽게 허물어진다. 그럴싸한 설정은 사기꾼들에게는 껌이다. 글도 그렇다.


여우 보다 더 여우 같은 여자가 되었다.

이제야 나는 내 외모에 큰소리친다. 거창하게 차려입지 않아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글쭈글 주름살도 한동안 항암하는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몰랐다. 내가 쭈그리처럼 보였다는 걸. '아프다' '병 걸렸다' 하면 몹쓸 짓해서 받았다는 말만 안 할 뿐이지, 속마음은 그랬다는 것도 남편의 병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나서야 알았다.

이런 글도 이제 마지막이다. 절대, 실제삶을 바탕으로 진지한 글은 안 쓸 거다. 적어도 다음 결심이 또 생길 때까지.


새로 시작는 연재북 [글 안 쓸 결심] 글쓰기 귀찮아지면 안 쓴다. 보란 듯이 거짓웃음도 진짜 잘 웃을 자신이 있다.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꼭 웃을 일이 생긴단다.


내 브랜드는 내가 높인다.

글 안 쓸 결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