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다시 월요일이다.
며느리는 출근, 민준이는 어린이집으로, 기준이는 아직 방학, 할미랑 뭘 하지?
원래 동화책은 안 믿는데...
원래 동화책은 잘 안 읽는데...
원래 고양이를 싫어하는데...
원래 경비원한테 인사를 잘 안 했는데...
원래 잘 안 깨는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새나라의 어른이 된 기분입니다. _ by.나여사
고양이 해결사 깜냥,
초1 손자랑 같이 읽는다.
우선, 글자가 크다. 돋보기를 안 써도 잘 보이고 술술 읽힌다. 따뜻해지고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한 번은 어린이집 하원 시키러 가야 했는데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다.
원래 시간 약속은 잘 지키는데...
(원래? 거참 중독성 있네) 원래는 주인공 고양이 깜냥이가 작은 자존심을 지킬 때마다 쓰는 단어인것 같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1,2편으로 나눠져 있다.
동화 속 그림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듯하다.
무엇이든 척척! 어디든 휙휙!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누비는 만능 해결사 고양이가 나타났다!
우선 1편은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는 소제목에서 짐작하게 되듯, 아파트 경비원의 근무 중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다. 소소한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고양이 깜냥이가 조수가 되어 함께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집고양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애교가 늘고, 길고양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눈치가 늘지.'
(나이? 난 그럼 길고양인가?...생뚱맞은 한 줄 글이 왠지 공감된다!)
내가 원래 필사를 안 하는데...
깜냥의 말을 대신 전하는 작가 홍민정 님의 마무리 글을 옮겨 적어본다.
<내 이름은 깜냥>
안녕! 나는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가는 떠돌이 고양이야. 떠돌이 고양이는 대부분 이름이 없지만, 나에게는 특별히 깜냥이라는 이름이 있지. 원래 이름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있으니까 편하고 좋더라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반갑고.
왜 깜냥이냐고? 음, 보다시피 까만색 털을 가진 고양이라서 깜냥이야. 그리고 내 이름에는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 있어. 나한테 꼭 맞는 이름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슬프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춥고 배고프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 힘든 시간을 이겨 내면 반드시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거든.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내가 여기저기 다녀 보니까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더라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슬픈 사람을 위로할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말이야. 나는 너희들이 꼭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
한 가지 미리 말해 두겠는데, 혹시라도 내 집사가 될 생각은 말아 줘. 나는 집사한테 사랑받는 것보다 지금처럼 세상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좋거든. 언젠가는 네가 사는 동네에도 찾아갈게. 그때 나를 만나면 이렇게 인사해 줄래?
"안녕, 깜냥!"
"그래, 만나면 안녕하며 싸인도 꼭 해 주길 바래!"
넉점 반 그림책을 읽고 바로 뒤이은 초1 손자 기준이의 동화책이다.
네 살 손주가 보던 그림책도, 여덟 살 손주가 보는 동화책도, 주 중 육아하는 할미에겐 더없는 인생책이다.
넉점 반이 훨씬 지난 나이에도 1편을 다 읽고 나니, 2편은 더 궁금하다.
백마 탄 왕자가 백마 탄 환자로 돌아왔다.
백설공주는 박살 난 공주로 보호자가 되어있다. 그래도
동화를 믿는 여자에게 절망은 없다.
_ by. 나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