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수 한 그릇
직업에 귀천 없다던 엄마도 장사는 하지 말랬다.
장사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그런데 그 엄마의 딸은 옷장사를 했다.
그리고 엄마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말라셨는데...
선생님의 그림자조차 끔찍해진 세상이 돼 버렸다.
추운 겨울, 퇴근한 며느리는 옷 갈아입을 새도 없다.
그걸 바라보던 시어미, 얼른 국수를 삶는다.
끔찍한 뉴스를 보며
낮에 끓여 둔 멸치 다싯물 다시 데우고
둘은
뜨끈한 국수에 후루룩 후루룩 고부사랑 말아먹는다.
다행이다.
한 그릇 더 끓여 줄 국수가 남아있는 게.
추워도 너무 춥다.
옷쟁이 27년에 남은 건 옷 이야기다.
옷 이야기를 쓰다가 끔찍한 뉴스를 접했다.
초등학교 교사 인 며느리가 그 뉴스에 얼마나 허탈하고 놀랐을까 싶었고, 한편으론 격한 감정들이 몰려와 쓰던 글을 덮었다. 멸치 똥을 발라내고 마른 다시마와 통마늘을 넣어 멸치 다시물을 끓였다. 유난히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며느리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퇴근하면 저녁 준비하기 바쁘고, 아둘만 둘 키우는 자리는 항상 치우기 바쁘다. 늘 안쓰럽지만 그래도 엄마의 손길이 할미보다 반가운 손자들이라 싶어 선을 지킨다.
어제 대구엔 귀한 눈까지 소복소복 쌓였다. 솜씨랄 게 없지만, 애호박 채 썰어 볶고 계란 지단까지 부쳐 잔치국수를 준비해 두고 퇴근길에 잠시 들렀다 가라고 문자를 보냈다. 손자들은 미리 저녁을 챙겨 먹였다.
국수는 불으면 맛없으니 타이밍을 잘 맞추고, 애들 신경 안 쓰고 여유롭게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너무 맛있게 먹는 며느리를 보면서 미국에 있는 딸의 얼굴이 잠깐 스쳤다.
"이 세상에서 울 엄마 국수가 젤 맛있어. 한 그릇 더 줘!"
하던 딸이다.
그 순간에 한 그릇 다 먹은 며느리는
"어머니, 조금만 더 주세요!" 했다.
'아, 엄마 같은 시어미는 아니어도 딸 같은 며느리구나' 싶었다.
며느리를 집에 보내고, 설거지하면서도 그 뉴스는 떠나지 않았다.
손자 잃은 그 할머니는, 딸 잃은 그 부모는, 하늘이는 ...
남일 같지 않다. 가슴이 먹먹하다.
두 손 모아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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