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나쁜 날

by 김소하연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인데 삶은 정해진 한 점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커다란 흐름 위에 놓여 있는 것 같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 몸 상태는 늘 다르다. 잠을 잘 잤는지, 뭘 먹었는지에 따라 컨디션이 요동친다.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우고 내 몸을 관리해도 유독 기운이 없고 몸이 무거운 날은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몸 상태가 최고조일 때만 진짜 나라고 여겼다. 기분이 좋고 일이 잘 풀릴 때는 자신감이 넘쳐서 무리하게 일정을 잡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몸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큰 좌절감을 느꼈다. 나쁜 날은 빨리 지나가야 할 시간 처럼 여겼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몸이 아프거나 기운이 없는 날도 결국 나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무리했던 몸에 휴식을 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는 단계인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참 편해졌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우울한 날도 내 인생에서 지워버려야 할 시간이 아니라 당연히 겪어야 할 소중한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그 순간을 즐기면 되고 컨디션이 바닥이면 '쉬어갈 타이밍' 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면 된다. 내가 지금 낮은 지점에 머물고 있다면 조만간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반대로 높이 있을 때는 그 즐거움을 누리며 다가올 휴식을 준비하면 그만이다.

결국 삶은 매 순간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기복이 있는 나쁜 날을 인정하며 나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모두 내가 살아가는 소중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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