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소하연

창밖의 공기가 제법 미지근해졌다. 겨울 내내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반갑기보다는 묘하게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남들의 봄은 이미 시작된 것 같은데 내 시간만 여전히 멈춰 있는 기분이다.

지금은 이 계절을 온전히 즐길 여유가 없어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한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내가 곧 마주할 '진짜 봄'의 장면들을 하나씩 머릿속에 그려본다.

취업에 성공하고 나면 가장 먼저 가벼운 차림으로 종로에 가고 싶다. 해가 질 무렵 활기찬 야장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낮에는 전시회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한참을 서 있어도 보고 흐드러지게 핀 꽃 아래를 아무 걱정 없이 걷고 싶다. 퇴근 후의 해방감을 만끽하며 그 풍경 속에 녹아드는 상상을 한다.

지금의 이 일렁이는 마음은 더 나은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다. 오늘의 텁텁한 기분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 둔다. 머지않아 내가 적어둔 이 리스트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온전한 내 몫의 봄을 누릴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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