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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후기가 달린 시 19

마누라 이름을 잊었다고 걱정하는 늙은 친구에게

by 이효범

마누라 이름을 잊었다고

걱정하는 늙은 친구에게



구녕 이효범


오래 된 친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둘만 남게 되자 연인처럼 살며시 다가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제는 아무리 애써 봐도 마누라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거야 친구도 그래 에끼 이 사람아 마누라 이름이 본래 어디 있나 마누라는 나를 먹여주시는 주인이시고 마누라는 나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시고 마누라는 나를 인도하시는 신이시다 아멘 마누라여 영원한 칭송을 받으시기를 친구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적이 안심이 되었는지 주름진 얼굴에 소년 같은 웃음을 띠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o 후기


친구가 카톡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운 이야기를 전해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80세 먹은 노인이 95세 선배 노인에게 묻었다. ‘선배님. 지금 이 나이까지도 형수님께 darling, honey, love라고 부르시는데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선배 노인 왈. ‘마누라 이름을 10년 전에 까먹었어. 혼날까 봐 물어보질 못했어---’”


노화의 징표 중에 하나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개념이 막상 필요할 때 생각나지 않거나, 머릿속에만 맴돌고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시간에 엉뚱하게 뛰쳐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마누라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내 집 주소, 내 휴대폰 전화번호도 잊어버려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까요. 그래서 나이 든 사람에게는 유머 감각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입니다. 그런 것 잊었다고 감옥 갈 일은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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