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멈추지 않고, 나는 단단해진다
인생을 돌아보면 ‘평탄했다 ‘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아요.
언제나 그 시기마다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사건이 있었고,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사건만 지나가면 삶이 한결 가벼워질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기대는 반복적으로 배반되고는 합니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내고, 삶은 마치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처럼 우리를 밀어붙입니다.
만약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삶, 즉 지속적인 평온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이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듯, 인생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사건성을 내포합니다.
사건이 없는 삶은 오히려 삶의 본질과 거리가 멀며, 고요함은 잠시 머무는 상태일 뿐 지속된 수 없는 조건입니다.
이 점에서 삶의 문제는 사건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견뎌야 하는 개인의 취약함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건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점차 변화합니다.
초기에는 하나의 사건이 삶 전체를 흔드는 위기로 다가오지만, 경험이 축적될수록 동일한 사건은 더 이상 동일한 무게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이는 고통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건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내적 구조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건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며, 그 과정에서 삶을 감당할 수 있는 내적 강도를 획득합니다.
결국 삶이 편안해진다는 것은 사건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닌 것입니다.
그것은 사건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자신을 갖게 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삶의 평온은 외부 조건의 안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화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에서 형성됩니다.
인생이 끊임없이 사건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사건에 휘둘리지 않는 삶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