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표창장

by lightjc

“과장님 안녕하세요!”

사내 대강당 앞에서 만난 1년 차 사원 송기후 씨. 이 넉살 좋은 녀석은 술 한 번 사 주었더니 막냇동생처럼 치근거린다. 밉지 않다.


“애들은 가, 애들은 가. 차장님 파이팅!”

늘 그렇듯, 물기 떨어지기 직전의 젖은 머리로 인사하는 오미선 씨. 진하게 흘러가는 향수 냄새가 아찔하다.

“이모, 김칫국물 냄새 너무 심해. 1년 더 익혀야지”

송기후가 성과장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한다. 조기진급 예정자인 오미선이 부러운 듯.


“어머 차장님, 찌끄러기 묻어요, 여기”

오미선이 송기후의 명치 쪽을 찌르며 말한다. 송기후가 고개를 숙이며 사원증을 쳐다보자 “3년만 더 익히자, 파이팅!”, 오미선이 말하며 사라진다.


사원들은 늘, 백지 같다. 아직 물들지 않은, 곧 바래져 갈 백지들.


대강당 맨 앞줄, 성과장이 사장 옆에 앉아 뉴스 동영상 하나를 시청하고 있다.


한낮, SUV 한 대가 식당을 그대로 들이받는다. 무너진 벽과 사람과 탁자가 덩어리채 밀려오고, 청년 하나가 먼지를 씹어대며 내린다. 쇠파이프가 사방으로 시뻘건 붓질을 그어댄다. 그 위에 덮이는 마른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소리, 소리들. 누군가 청년의 허리를 잡아 휘두른다. 등에 꽂히려다 튕겨 나가는 파이프, 던져지는 청년, 그리고 딱 한번, 둔탁한 터치와 함께 붓질은 멈췄다. 십몇 년 만에 본 손맛이지만 느낌은 여전했다. 이런 한방이 필요하다. 이건, 다른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연단에서 사장이 성인태에게 표창한다. 중앙에서 성과장의 손을 챔피언처럼 번쩍 치켜든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장.


“잇따른 '묻지 마 범죄' 속... '마운트업 성인태 씨, 시민 수십 명 구해..... 이야, 우리 성 과장님, 수입산 배트맨인가” 나오는 길에 누군가 좀 전의 동영상 속 헤드라인을 되새기며 말한다. 같은 진급누락 2년 차인 영업 1팀 엄태정 과장이다.


“요즘도 진급기도 중이냐? 추억팔이하며 궁상떨지 말고 형 것도 좀 챙겨라”

“가만있어봐. 엉아가 먼저 가서 땡겨줄게”

“갈 길이 구만린데, 웬 똥차가 퍼져 있냐. 어우 이 변스런 스멜~”

엄과장이 성과장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킁킁대더니 돌아선다. 주머니에 넣어주는 음료 ‘컨디샷’. 어제 술 한잔 샀더니 이런 걸 가져다준다.


“정품 좀 씁시다. 왜 맨날 짝퉁이냐”

“인간이 불량인데 어떻게 정품을 투입하냐”


성과장은 음료 뚜껑을 따고 들이킨다. 드라이버로 300야드 샷을 날린 것처럼 눈앞이 화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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