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3,000에 월세 150이면 아주 잘하신 겁니다. 거기 할아버님이 깐깐해 보여도 인심이 후하세요. 그럼 대출 5,000? 아, 퇴직금 있으시지… 인테리어랑 초기 운영자금으로 2,000만 원만… 예, 예 가능합니다. 연 이율 8.1%고요… 네네, 중도상환수수료 별도 있습니다. 2%...”
8%, 8%...... 10%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부동산 사장 말에, 며칠간 시중 은행을 돌아다니며 확인했지만 무직자에겐 그것도 닿기 힘든 턱걸이였다. 아예 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 전 하나, 막걸리 한 잔이라도 더 팔자라는 심정으로 서명했다. 차영치라는 친구가 사근사근하고 묻는 말에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게 사회에서 여자 민정희를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사장님, 근데 이건 뭐죠? 막걸리 제조도 하시나요?”
주방장으로 영입한 주양직이 식자재들을 정리하며 묻는다. 부동산 사장이 소개해줬는데, 고지식해 보이면서도 성실하고 듬직해 보였다.
“설마, 나중에 제가 말 안 들을 때 이 통에 담아두시려는 건 아니시죠?”
"엄태정이라고... 전동장비업체 다니는 친구한테 특별히 부탁한 거야. 그냥 막걸리 통이 아니라, 손님들 눈길 끌려고 만든 '막걸리 분수 쇼케이스'지. 저기 손잡이 달린 펌프가 그거야. 한쪽 면은 수족관에서 쓰는 두꺼운 강화 유리로 만들었고."
"저 펌프가 눌러질 때마다 막걸리가 뿜어지면서 외부 공기도 같이 주입돼서 내부를 순환시키는 방식이야. 일종의 에어레이션(aeration)이지
성인태가 버튼을 누르자 어른 덩치 크기의 막걸리통 내부에서 하얀 막걸리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안팎으로 펌프가 있는데 그걸 빠르게 누를수록 더 높이 솟아오른다. 잠시 후 LED가 켜지면서 막걸리 색이 순식간에 금색, 보라색, 파란색 등등 여러 색으로 바뀐다. 어느 정도 막걸리가 차고 시간이 지나자 통 아래로 하얀 내용물들이 쌓이는데, 다시 버튼을 누르니 이번에는 천정에서 교반기 같은 원반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막걸리를 섞어준다.
“와... 사장님, 이거 맥주 마시면서 보는 '물멍'보다 훨씬 낫겠는데요? 손님들 자리에서 안 일어나겠어요.” 주양직이 신기한 듯 통유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래저래, 식당 시그니쳐 인테리어로도 쓰고, 나중에는 여기에다 직접 막걸리도 담가 보려고”
개업 전 식당정리 중인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서서 구경한다. 성인태와 주양직은 막걸리통 두 개를 출입문 앞쪽으로 이동시킨 뒤 계속 펌프질을 시켰다.
반짝거리는 두 개의 통 앞에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주양직은 재빨리 김치전 몇 개를 부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