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5,000만 원을 추가로 대출받은 인태는 지하 노래방을 보증금 3,500으로 하되 월세는 50으로 대폭 낮추어서 임차했다. 할아버지 대신 위임장 받은 부동산하고만 계약해서 일이 수월했다.
“이제 다 끝났다. 근데 뭘 이런 거까지 하냐?”
퇴사 동기였던 엄태정이 지하공간 한쪽에 막걸리통 5개와 레일 설치를 마치고는 버튼을 누른다. 금빛을 시작으로 보라, 파랑, 백색, 회색 등 여러 색깔의 LED가 반짝거리면서 막걸리들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그런데, 맹렬히 펌프질을 시작하던 제일 끝의 회색통 하나가 갑자기 왼쪽으로, 왼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색깔도 회색에서 백색, 청색, 보라로 올라가더니 결국엔 금빛 LED로 번쩍이고 있었다.
주양직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주저앉아서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게 이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왠지 모를 감동 같은 것이었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인태가 말한다.
“쇼잉(Showing)이 필요해 쇼잉이. 사업 성공의 3 요소가 운, 실력, 광고인 거 모르냐?”
“돈이 더 들어가잖아”
“불우이웃 돕는다는 셈 쳤다. 왜 푼돈이라 안 받을래?”
“그거라도 주세요.”
배가 더 나온 엄태정이 두 손을 내밀며 말한다. 성인태는 오래간만에 이 녀석 하고 비뚤어지게 마셔야겠다는 생각인데, 엄태정이 벌써부터 혁대를 풀고는 배를 두드린다.
“인테리어 다시 하니까 완전 좋아요, 저거 하나만 빼고”
넋 놓고 바라보던 주양직이 벽에 걸린 메뉴판 하나를 가리킨다. ‘김치전’ 메뉴판에 걸린 못 하나가 흔들거리더니 툭, 떨어진다.
“어, 메뉴 하나 빼면 우리끼리 세트 메뉴 3개가 빠지는데……”
주양직이 ‘뭐?’라고 말하자 진아가 열심히 설명한다. 주양직은 진아를 따라 양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만 반복한다.
웃으며 바라보던 인태는 갑자기 망치를 가지고 와서 김치전 메뉴판을 다시 걸어놓는다. 처음부터 떨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아주 빠르게 그리고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