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찍으라고요 그만 좀, 일하는 거 안 보여요?”
“아니, 아까 양해 다 구하고 하는 건데 갑자기 그러시면 어떡해요”
“저희 주문도 많이 해 드렸잖아요, 아직 5분도 안 됐는데 이러시는 건 아니죠”
유튜버인 듯한 젊은 여자분 2명과 주양직이 실랑이다. 옆에 계신 단골 할아버지가 한 말씀하신다.
“거, 가게 홍보도 하고 좋잖아. 좀 더 찍으면 어때.”
“그래, 더 찍으라고 해. 그리고 여기 오늘의 전하고 라벤더 꽃잎 좀 더 줘 봐”
“도대체 몇 개를 달라는 거야 몇 개를! 내가 이 월급 받고 종노릇 해야겠어!”
주양직이 소리친다. 한동안 입술을 움찔거리던 할아버지들이 벌떡 일어난다.
“저기, 이거 좀 드셔 보세요”
소리 지르다 갑자기 공손해진 양직이 큼지막한 김치전 하나를 할아버지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앉아 전을 집던 할아버지들이 젓가락을 던져버린다. 김치전 뒤가 새까맣게 다 타버렸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해 드릴게요. 여기, 막걸리 한 주전자 서비스니까 우선 이거 드시고요”
지하에서 올라오던 인태가 할아버지들을 앉히며 말한다.
“됐어요 됐어! 다 그렇지 뭐, 개업하고 초반에만 친절하고 돈 좀 벌면 금세 변한다니까. 이제 저 밑에 새로 생긴 전집이나 가 봐야겠다”
할아버지들이 나가고 유튜버들도 따라서 가버린다. 양직이 앞치마를 벗으며 인태에게 말한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도 압니다. 가게는 확장해서 비용은 더 나가는데 매출은 별로 안 늘고”
“양직아 이리 앉아봐”
인태는 ‘어르신들한테 그러면 안 되지’라고 말하려던 생각을 접고 말한다.
“쌍둥이 둘 나가고, 애 엄마는 진아 때문에 못 나오고 알바생들 셋 뒤치다꺼리하느라 힘들지?”
양직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내가 해줄 건 따로 없고… 월급 50 더 줄게, 어떠냐”
양직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너도 어렵겠지……”
‘사실 나도 어렵다’라는 말이 목에서 나오질 않았다.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계속 수평으로 그려지는 고정비들, 그 수평선 아래로 머리를 처박고 있는 매출곡선. 차라리 본인 머리를 처박고 싶은 심정이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60 안 되겠습니까. 그 대신 앞으로 택시비나 다른 봉투는 안 주셔도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양직이 눈도 못 마주치면서 울먹이듯 말한다. 고정비 수평선이 위로 한 칸 올라가는 게 보인다. 다시 양직을 쳐다보지만 그의 고개는 더 숙여졌다. 본인이 자꾸만 이 사람을 짓누르는 것만 같다.
막걸리 한 잔을 길게 마신 인태는 양직에게도 한 잔 따라주며 말한다.
“그래, 그렇게 하자. 고맙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막걸리를 들이켜려던 양직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근데 사장님, 이번 달부터 안 되겠습니까. 한 일주일 남았는데 제가 네 배, 다섯 배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인태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로부터 열흘 뒤. 월급 받자마자 사흘 정도 출근을 안 하던 양직이 근처에 새로 생긴 “태양영웅전” 주방에서 발견되었다. 얼마 전 인상된 금액을 기준으로 월급을 더 올려 받고 채용되었다는 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