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는 상가를 소개해 준 부동산이 전화를 받지 않자 직접 찾아가 본다. 바뀐 주인이 설명한다.
“아이고 사장님, 여기 공동 담보 내요. 지하 1층하고 1층, 2층 하고 3층을 묶어서 각각 4억 5,000 근저당 잡아 놨으니 선담보가 총 9억이에요, 9억. 건물 시가가 12억 정도 했었죠. 근데 아시겠지만 요새 부동산 폭락하잖아요. 경매 들어가면 더 떨어질 건 뻔하고… 그리고 참……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소액보증금도 어렵겠네요…그 예전 부동산 사장, 그렇게 안 봤는데 이런 걸 설명 안 하고…”
“상가주인인 할아버지도 연락을 안 받으시던데요”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상속인 아들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저도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어쨌든 그 사람 찾아서 소송이라도 하셔야지요”
법원에서 온 서류 몇 개와 각종 사이트를 뒤져 봤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1층 3,000, 지하 3,500… 보증금 6,500만 원은 지금 누구의 주머니에 있을까. 눈에 회색 붓칠이라도 한 듯 온 세상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위이잉’
몇 개월 만에 김세전 부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눈을 비비고 살펴본다
“귀하가 거주하는 주택에 임대인의 직계비속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내년 전세계약 갱신은 불가하며 보증금은 전세계약 만료시점에 금융기관에 담보설정된 금액을 공제한 잔액을 지급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끝.”
이미 해가 저문 하늘, 인태는 보도블록에 주저앉는다. 반짝이는 전화기 액정에는 ‘김세전’이라는 이름만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