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입술에 보리차를 적셔서……

by lightjc

폐렴이 악화된 진아는 엄마와 같이 병원 응급실에 있다. 인태는 진아가 가지고 놀던 사자인형 자물쇠만 만지작거린다. 눈앞의 모니터에 표시된 글자들, 기일결과 그리고 유찰, 유찰, 유찰. 다른 글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차 키를 들고 일어섰다. 병원에 찾아가 세진과 잠깐 교대해서 보호자 증서를 대신 차고 들어가 본다. 그래도, 우리 아기가 저기 있다. 배를 덮은 이불이 한참 동안 그대로 있다가, 서서히 들렸다 내려온다.


미지근하게 식힌 보리차를 한 스푼 입에 대어준다. 마른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물수건을 조금 적셔주자 살짝 눈을 뜨는 아기. 두 팔을 벌려 아빠 목을 감싸 쥔다. 아빠, 아빠…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귓전을 울려댄다.


찻숟가락으로 떠 주자 기울어진 물이 입술을 타고,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다시한번 다시 한번, 이번에는 입술 가운데로 흘러간다, 꿀떡.


잠든 아기의 이마를 대어 본다. 차분해진 숨소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앞서 지나갔던 간호사가 뒤돌아본다. 인태는 아기의 볼을 한 번 대어보고 조용히 일어난다. 살포시, 이불이 들렸다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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