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이 밀어내는 듯하다. 길게 깔린 그림자를 뒤로 하고 인태는 터벅터벅 병원 계단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빵빵!”
“성 과장님”
누군가 차 문을 여는 인태를 부른다. 바로 뒤에, 차종은 알 수 없으나 뒷문이 없는 쿠페형 세단에서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내린다. 송기후가 골프공 하나를 바닥에 튕기면서 다가온다.
“아이고, 얼굴 뵌 지 100만 년은 된 것 같네요. 근데 이차 아직도 굴러가요? 좀 바꾸시지. 전 한 일만 개쯤 부치면 되지 않나”
인태가 웃으며 말한다.
“잘 지내시죠? 전 이만 갈게요. 다음에 뵙죠”
“다음에?”
송기후가 튕기던 골프공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한다.
“다음에 뭘 또 봐, 내가 당신을 왜 봐야 하는데”
인태가 말없이 돌아서서 차 문을 연다.
송기후가 발로 인태 차 앞바퀴를 툭툭 찬다. 그러더니 열린 차 문을 힘껏 닫으며 말한다.
“아저씨,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안 그래?”
“미안합니다. 이만 갈게요”
송기후가 선글라스를 벗는다. 씩 웃고는 얼굴을 들이대며 말한다.
“진아라고 했나요? 혹시 여기 병원? 애가 아야 해?”
인태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쳐다본다.
“어이구, 한대 치시겠네. 그나저나 조심해요, 엄마 아빠도 부실한데 코로나라도 걸리면 애 병신되니까.”
인태가 송기후를 피해 다시 차 문을 연다. 뒤돌아서 가던 송기후가 다시 골프공을 튕기며 한마디 한다.
“이미 병신 된 거 아니야, 헤헤”
선글라스가 쿠페 위로 날아가고 유리창이 깨진다. 흔들거리다 땅밑으로 떨어지는 사이드미러, 그 옆으로 기어가는 송기후. 아스팔트로 엎어지는 그의 머리 사이로 붉은 물줄기, 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