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뒤엎기

by lightjc

인태는 계속 걸어간다. 조금만 더 가면 그의 가게다.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다시 한번 크게 휘청이는 인태.


"끼이이익"

넓게 원을 그리며 돌아나가다 쓰러질 듯 간신히 중심을 잡는 오토바이. 배달 중인 주양직이다. 이직했던 전집이 몇 달 되지 않아 문을 닫아서 이제는 배달 일을 하는 중이다.


"야이 씨발새끼야!"

그는 집어던질 듯 치켜들던 헬멧을 손잡이에 걸어놓고는 바로 뒷자리 박스를 열어 본다. 다행히 음식물은 쏟아지지 않았다.


“아유!”

깨질 듯이 덮개를 눌러 닫고는 인태에게 걸어간다. 손잡이에 걸린 헬멧이나, 저 앞의 인태나 아직 흔들거리고 있다.


"장사는 안 하고 대낮부터 막걸리 처먹었냐! 뒤지려면 비싼 차로 뛰어들지 왜 없는 놈 인생을 가로막아! 퉤!"


양직은 소리 지르며 걸어가다 꾸부정하게 서 있는 인태의 앞에 침을 뱉는다.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보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다.


"어이 양직이, 그래도 한때 사장님이었고 나이도 10살 이상 차이나잖어, 그렇게 상소리를 하면 쓰나. 그리고 당신, 운전 좀 살살해"

모퉁이 편의점 정사장님이 나와서 한마디 하신다. 그는 얼마 전까지 양직과 같이 배달일을 하다 최근에 부인과 함께 가게를 열었다.


갑자기 부드러워진 톤의 양직이 꾸벅, 허리를 굽혔다 펴며 말한다

"정사장님 안녕하세요! 아 근데 제가 아무한테나 그럴 사람인가요. 저, 저 사람 밑에서 매일 종처럼 일했어요, 아시잖아요. 근데 아직까지 못 받은 돈이 한두 푼이 아니에요. 근데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 인생 망치려고 하는데 제가 지금 제정신이겠습니까"


"자네가 갑자기 자리 옮겼잖아. 일 빵꾸내 놓구선 노동청에 신고하네 어쩌네 한 거 아니여"

"아니에요 아직 계산 다 안 끝났어요. 성사장님 말 좀 해봐, 그래 안 그래, 어, 어!"


양직은 비틀거리는 인태의 어깨를 두어 번 밀친다. 다리뿐만 아니라 팔도 크게 휘청거린다.

"성사장, 괜찮아?"

정사장이 묻는다. 인태는 말없이 오토바이만 쳐다본다.


“이 인간이 지난번에는 다니던 회사 부하직원도 뚜드려 팼잖아요. 나이 어린 막냇동생 같은 애를 왜 때려?”

“그놈이 괜히 시비 걸면서 애한테 심한 말을 했다잖아”

“아니,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사람을 패대기쳐도 되는 겁니까. 그것도 같이 지내던 부하직원을!”

“그건 그렇지……”


기가 오른 양직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이야기한다.

“야이 비겁한 새끼야. 넌 약한 사람은 패고, 센 사람한테는 굽신거리지? 일어나, 덤벼봐 이 병신아!”

무표정하게 오토바이만 쳐다보던 성인태가 피식 웃는다. 허리와 무릎을 곧게 펴고 부동자세로 상관의 명령을 듣는 듯한 자세다. 눈은 뻐끔거리는 양직의 입을 주시한다.


“웃어? 내 말이 웃기냐, 웃겨? 어!”

주양직이 손가락으로 성인태의 머리를 두세 차례 밀다가 마지막에는 손바닥으로 세게 밀어버린다. 성인태가 땅에 넘어진다.

“그만해 이 사람아, 그만해…”

정사장이 그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하며 말을 한다.


주양직이 정사장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소리친다.


“꼴 보니까 뻔하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 회사에서도 저 지랄하다 잘리고, 가게 차렸다가 사기당하고, 말아먹고... 길바닥에서 어린애랑 시비나 붙고 다니는 거 아니야? 너 같은 놈이 집에 가서는 안 그럴 것 같아!”


사람들이 웅성댄다. 양직은 청중을 향해 일장연설하듯 더 크게 소리친다.


“저런 인간은, 밖에서는 계속 빌빌거리다가, 집에 가서는 마누라 하고 애들 패는 게 분명해요. 안 봐도 뻔해요. 안 그렇습니까. 내가 저런 그지를 존대해야 합니까! 저런 애비 밑에서 크는 딸년은 또 뭐가 되겠어, 안 그래요? 대답해 봐 이 그지 새끼야! ”


정사장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양직은 다시 한번 인태를 노려보더니 침을 뱉고 오토바이로 간다.


“양직이형!”

어느새 일어난 인태가 양직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양직이형 배고프지? 배 많이 고프지?”


주양직이 헬멧을 쓰며 말한다.

"미친놈 코스프레 하냐? 그럴 필요 없어. 넌 원래 미친놈이니까."

“형, 이리 와. 내가 맛있는 거 줄게.”

양직에게 다가간 인태는 천천히 헬멧을 벗겨준다.


“미친놈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데, 어째 내가 오늘 약 좀 발라줄까”

말 끝나자마자 양직의 오른 주먹이 인태의 얼굴을 향한다. 인태는 헬멧으로 그의 주먹을 막더니 동시에 그 헬멧으로 양직의 머리를 내려친다.

“악!”


얼굴을 부여잡고 쓰러진 양직. 헬멧을 들어 양직의 복부에 내리꽂고는 축구공 차듯 발로 양직의 얼굴을 걷어찬다. 인태는 오토바이 뒤쪽에서 음식을 꺼낸다. 마라탕이다. 인태는 마라탕을 들고 쓰러진 양직 앞에 서더니 랩을 벗겨낸다. 허연 김이 솟아오른다.


“형아야, 배 많이 고프지”

그릇을 그대로 뒤집자 빨간 국물이 양직의 얼굴에 떨어진다.


“앗 뜨거, 아, 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돌아눕는 양직. 인태는 발로 그를 똑바로 눕히고는 주저앉아 다시 마라탕 국물을 들이붓는다.


“그지 새끼라 줄 건 없고, 이거나 드셔”

“아저씨 그만, 잘못했어요. 사장님, 악, 악”

양직은 계속 비명을 지른다. 천천히 국물을 다 부은 그는, 이번에는 양직의 몸통을 깔고 앉아서는 마라탕 건더기를 그의 입에 쑤셔 넣는다. 피와 마라탕 국물과 건더기. 양직은 빨간 페인트통을 뒤집어쓴 것 같다.


“국물만 먹으면 안 되지. 건더기도 먹어야지”

인태가 건더기 하나를 자기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그릇을 들어 남아 있는 국물도 마시는 듯하더니, 전부 뱉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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