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by lightjc

그늘이 짧은 한낮, 성과장은 계속 걷고 있다. 아지랑이 위로 흐물거리는 아스팔트. 끈끈한 액체가 몇 번이고 신발을 벗긴다. 무릎이 반쯤 꺾인 채로 느릿느릿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중이다. 아직 반도 안 건넜는데 벌써부터 파란색이 깜빡인다. 그는 신호등 대신 그 앞의 건물을 쳐다본다. 먹구름이 눌러버린 회색건물. 그 안은 시원할 텐데. 그 안의 작은 엘리베이터, 그보다 작은 그의 자리, 더 작은 모니터, 깜박이는 커서를 들어 박스 위에 올려놓는다. 반전되어 부풀어 오르는 고딕체, "참조". 커서를 옮기자 다시 홀쭉해지고 가까이 대면 다시 부풀어 오르는 놈. 딸깍.


"빵, 빠앙... 빠아아아 앙..."


"빨리 뛰어, 이 병신아!!"


트럭 운전사의 침 뱉는 소리와 동시에 앞으로 넘어지는 성과장. 횡단보도 위, 5m도 더 남았는데 벌써 빨간불이다. 양쪽 무릎에 깁스를 한 사람처럼, 여전히 어기적거린다. 가로로 그어진 흰색선은 넓은 허들이고 아스팔트는 걸쭉한 갯벌이다.


"빠아......... 앙, 부르, 부르으......" 트럭은 브레이크가 서서히 풀리며 우회전 중이고, 그 시꺼먼 그림자에 점령당하던 성과장은 네발 달린 동물처럼 횡단보도를 건넌다.


교복 입은 여자애들이 깔깔대자 옆에 있던 꼬마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기어간다. 다른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하나, 둘 따라 하고, 지나가던 강아지는 꼬마들과 성과장을 번갈아 바라보며...... 컹컹!


깔깔, 까르르, 컹컹...

깔깔, 카르르, 컹컹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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