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풍경

by lightjc

오후 1시.


퇴사 후 1년 만에 가본 "제일순대국". 김 부장이 소주 한 잔과 함께 특순대국을 주문해 주었다. 얼큰하고 거나하게, 든든하고 즐겁게, 그들은 서로의 얼굴에 튀기는 침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먹고 떠들었다. 용기를 낸 성과장이 "저... 다시 될까요"라는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소주는 반 병째에서 더 줄지 않았고, 때마침 김 부장의 핸드폰은 울려댔다.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먼저 카드를 꺼내 들며 계산해 주었다.


"나, 저..."

"아, 예, 괜찮습니다 다음엔 제가..."

말없이 영수증을 챙기던 김 부장은 박하사탕을 우물거리며 먼저 나간다.


늘 먹던 식사 후 아메리카노는 생략되었다. 대신 성과장은 혼자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산다. 벤치에 앉아, 몇 번 뚝뚝 끊어 먹다가 3분의 2쯤 남은 걸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렸다. 탄 찌꺼기 가득한 프라이팬, 그 아스팔트 위로 얼음 속 설탕들이 기어 나온다. 얼른 주우면, 흙을 털면 1/3은 먹을 수 있었으나 망설이다 거의 녹아버린다. 그걸 주우라는 싸움에서 눈빛에 말려들어가는 혓바닥.


안경을 벗고 고개를 무릎 사이에 묻는다. 지글거리는 아이스크림 소리가 달콤하다. 개미들은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나른다. 이리저리 고개를 쳐들며 희번덕거리는 놈도 있고, 구두에 묻은 설탕국물 한 방울까지 빨아먹겠다고 덤벼든 놈도 있다. 발을 빼본다. 들어본다. 엉덩이까지 들고 일어나자 어느새 발목까지 올라온 놈이 보인다. 그는 아이스크림이 되기 싫다. 전부 밟아버린다. 끈적한 설탕물과 아스팔트 열기에 녹은 개미 덩어리들이 신발 밑창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배고픔도, 허기짐도, 타버릴 것만 같던 목도 모두 말라버렸다. 주머니에선 동전 몇 개만 짹짹거린다. 교통카드가 있었지. 전철은 탈 수 있잖아. 여기는 이제 안 오면 되잖아... 목구멍에 걸린 동전 같은 말들이 쇳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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