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의 두 번째 선물

by lightjc

통원치료를 받던 진아가 입원을 해야 했다. 코로나가 폐렴으로, 그리고 심장으로……몇 주 만에 부쩍 수척해진 진아는 아빠에게 달려와 안긴다.


“이게 지금 내가 당신한테 해줄 수 있는 전부이자 마지막이야. 당신은 진아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이혼하기 직전, 인태는 가지고 있는 것 전부를 털어서 세진에게 주었다. 이 세심한 여자는 봉투에 돈을 조금 넣어 인태에게 건넨다.


“당신한테는...”

“아니, 나는 필요 없어. 당신 딸, 우리 진아한테 뭘 해줄 수 있냐고?”

차라리 소리를 지르는 게 나을 것 같다. 차분하고 건조한 말이 가느다란 바늘처럼 심장을 콕콕 찌른다.


인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진의 눈빛을 받아낼 수가 없다. 진아가 양손으로 아빠와 엄마의 손을 하나씩 잡고 이야기한다.

“아빠, 나 갑자기 많이 좋아졌어. 하나도 안 아파. 막 달리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이야.”

진아가 아빠 양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는 시늉을 한다. 습기 가득한 풀에서 나는 연기처럼, 진아의 마스크 사이로 하얀 입김이 푹푹 새어 나온다.


“그리고, 나도 아빠한테 줄 거 있어. 아빠, 외할머니가 용돈 많이 주셨어. 이거 아빠하고 같이 쓸 거야”

진아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건네준다. 그리고는 다른 손으로 사자모양 자물쇠를 건네며 말한다.


“아빠. 귀여운 아기사자. 사자 풀어줘.”

인태는 자물쇠 다이얼을 돌린다. 그런데,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다. 비밀번호를 잊었는지, 진아가 바꾸었는지 아무리 번호를 바꾸어 봐도 자물쇠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자.”

세진이 몇 초간 인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본 후 진아를 안고 돌아선다.

“싫어. 사자 열어줘. 진아 풀어줘. 여기가 답답하단 말이야. 빨리 풀어줘야 된다고.”

진아가 마스크 쓴 얼굴로 울먹인다.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다 갑자기 그친다.


“아빠 또 봐.”

진아가 고개를 돌려 아빠를 바라보며 손을 흔든다. 마스크를 벗고는 몇 개 빠진 새하얀 앞니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인태도 손을 흔드는데, 진아가 잡아주었던 손에서 빠르게 온기가 빠져나갔다.



* * *



한낮.

아무도 없는 전집 지하.


식당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 앞에, 인태가 혼자 앉아 있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본다. 천장에서 머리 중앙으로 맨홀뚜껑이 하나 내려온다. 정수리를 짓누르기 시작하자 인태는 책상 밑으로, 밑으로 들어간다. 다리를 모으고 더 밑으로 내려간다.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인태의 가슴에서 뜨거운 것들이 속을 휘젓다가 굳어간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세계위인전집.


비어 있는 막걸리통 5개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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