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두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불빛이고 소리고 아무것도 없다. 발광하던 불빛과 괴성들이 그리워진다. 진짜로 내가 저 인간들하고 마지막을 함께하는 건가. 죽는 것도 싫지만 이런 죽음은 너무 가혹하다. 과장님, 성인태 씨,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나는 개미가 아니잖아요.
김세전과 최상견.
김세전과 최상견.
김세전. '부드럽게 가자, 부드럽게, 클릭한 번 해줘요'.
부드럽게, 그리고 느끼하게 말려 죽이고 싶었던 인간.
제기랄, 사장이 생각나다가 성과장이 떠오르더니 이제는 이 인간들인가. 이제 정말 마지막인가.
최상견. 사람을 위아래로 스캔하던, ATM 마운트업에서 돈 뽑는 기술만큼은 더럽게 산뜻했던 인간. 제일 꼴 보기 싫었던 인간.
그리고 그리고, 그 사이에 있던 나. 하아, 하아아아아… 지금도 하아, 저 인간들 사이에 있는 나.
아, 지금은 여기 있잖아. 그때는 옥상에 있었잖아. 생각을 그만두면 산소 소모도 줄어들지 않을까. 언제나 지옥 같던 담배연기, 그 지옥들이 펄럭이던 옥상이 그립다.
김세전. 최상견.
김세전, 최상견, 나.
김세전, 최상견, 나, 성 과장님.
김세전, 최상견, 나, 나, 나, 성 과장님.
나에게 캔을 건넸던 최상견. 그 캔도 ATM에서 돈 뽑듯이 뽑았을까. ATM에서는 1,000원짜리 안 나오잖아. 근데 1,000원짜리 캔은 왜 나오지.
그 1,000원짜리 캔이 뭐였지. 요즘도 1,000원짜리 캔이 있나. 1,000원으로 뭘 살 수 있지. 퇴사한 성 과장님은 뭘 했지. 난 지금 뭘 할 수 있지. 나가면 뭘 할 수 있지. 전부 1,000원짜리 인생들이었어.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이제는 아무것과도 바꿀 수 없는 1,000원짜리 인생이 되어버렸어
1,000.
1,000.
1,000?
될 리가 없지. 이런 쉬운 숫자를.
두 개니까 2,000?
아니다 1,002.
아니 998.
아니아니,
1,002.
코 속으로, 미간으로, 이마를 거쳐 정수리 끝까지 얇은 바늘이 타들어가다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