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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내미 이 복 희 Dec 04. 2023

장기(臟器) 삽니다

내 몸뚱어리 판다면 얼마나 할까

장기(臟器) 삽니다



이복희



공원 재래식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벽면에 적힌 낙서들 훑어보는데
장기매매가 눈에 들어왔다

내 몸뚱어리 판다면 얼마나 할까

한 곳으로 몰입은 되지 않고
자꾸만 떠오르는 몸값

흐리멍덩한 눈알에 소화불량 위장
겁 없이 커져 버린 간
제대로 배설해 내지 못하는 대장

요목조목 따지다 보니
괄약근 힘조차 늘어져 버려
그만 수련을 중단하고
삐거덕거리는 문 박차고 나왔다

눈앞에 적혀있던 전화번호가 아른거리고
길거리 낯선 목소리들은
내 장기를 흥정하는 것 같고
여기저기 내 몸 훑어 내려가는 거리의 암거래 눈알들

사후장기기증 신청하고 왔다는 형부에게
기증할만한 장기가 있냐고 너스레를 부렸는데
성한 곳 하나 건질 게 없는 내 몸뚱어리

이참에 싱싱한 남정네 것, 몰래 하나 바꿔 끼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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