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Dec 12. 2023
먼지 전쟁
이복희
먼지의 내공은 내려앉기로 시작된다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들켰다
벌레들, 고물고물 형태가 드러난다
저들은 선전포고도 없다
집 안 구석구석이 매복지
뭉쳐야 산다는 신념 같다
소리소문 없는 잠식
겹겹이 내려앉는
포개질 때마다 전쟁 잔해들처럼
창틀에 앉은 먼지를 검지로 슬쩍 밀어 본다
손가락 지문을 삼켜버린 벌레들
창문 열고, 후우 입바람으로 날려 보낸다
홀씨처럼 멀리멀리 날아간다
가볍고 더 가벼운 것들은
끈질기게도 주변을 빙빙 돌다 몰래 내려앉는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먼지에 완전 포위당했다
휴전 없는 먼지와의 전쟁,
언제까지나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