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Feb 24. 2024
가면놀이
이복희
배불뚝이 구피 한 마리, 무리에서 떨어져 배 뒤집고 떠 있다 갓 배달된 신문지 깔고 의문사를 부검한다 부릅뜬 눈알이 손을 끌어당긴다
칼날 위로 거품과 함께 쏟아지는 알들,
습하고 비린 안쪽의 문 훔쳐보다가
얼떨결에 만난 구역질
죽음은 어떤 단서도 없을 때가 좋다 깨알 같은 경전을 침묵이 읽어 줄 때, 조용히 내려놓는 죽음이라야 한다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이 낯설다
변기 커버를 올린다
부검한 알을 변기에 넣고
물 내리자 생과 사로 나뉘는 소용돌이
비는가 싶더니 다시 물이 채워진다
어항 속이 술렁거린다
있는 입으로 한 마디씩 내뱉을 기세다
함구령처럼 먹이를 던져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구피들 앞다투어 몰려든다
물 밖으로 밀어내고 물 안으로 끌어당기듯
가면을 쓴 나약한 얼굴들이 달려온다,
여름 소낙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