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Jan 28. 2024
오일 간의 거래
이복희
선산 장날, 얼룩 줄무늬 티셔츠를 샀다 오천 원 주고 산 티셔츠, 잠옷으로도 어울린다며 싫다는 그에게 억지로 입혔다
아프리카 초원의 근육 좋은 얼룩말을 떠 올리게 하는데, 바람을 가르는 갈기는 없었다
눈 한 번 감았다 뜨자, 쭉 뻗어 다리로 땅을 박차며 푸른 들판을 내달리는 야생이 서서히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불룩한 배에 처진 가슴, 탄력 없는 둥글넓적다리의 남자, 스스로 길들여져 저녁 내내 히이잉 히이잉거렸다
맘에 들지 않는다며 티셔츠 벗어던지고 돌아서는 그 남자, 목덜미에 붙은 가격표가 오천 원짜리였음을 알까 나는 발길질 거센 얼룩말에 발아래 핀, 한 떨기 꽃이기를 원했을지도 모를 일 씨앗 폴폴 날아가 버린 빈 대궁, 한껏 까치발로 몸 추켜올려 본다
무뎌진 감각은 왜, 관절마다 살아나는지 덧신을 신어도 시린 발, 영문도 모르는 바람이 무릎을 파고든다 나도 같은 가격대였다
이왕이면 다음 장날에는 호피 무늬로 갈아타 볼까
_ K문화타임즈 게재
시집《오래된 거미집》 모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