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Mar 19. 2024
나무아미타불
이복희
고속도로 휴게소 공중화장실
문 바깥 긴 줄은 안절부절
안쪽은 반가사유 중이시다
화장실로 허겁지겁 들어선 중년 아줌마
휘리릭 내부 사정을 훑어보고는
망설임 없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나무아미타불, 공염불이다
이미 안에 든 남자들의 묵언으로
유별하던 남녀자리 허물어지고
오줌발 들키고 싶지 않던 남자들
사타구니 움켜쥐고 돌아서서 공손히 합장 중이다
근심을 내려놓고 휙, 사라지는
해탈한 중년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줌발 뚝,뚝 끊어내는 남자들 중얼중얼
나·무·아·미·타·불
시원히 속 비우고 나온 부처의 뒤태를 보고
산마루에 걸린 낯 붉어진 해
부르르 떨며 산 너머로 털썩 내려앉는다
저녁이 합장 중이시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이복희 시집<<오래된 거미집>>모악출판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