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내미 이 복 희
Apr 04. 2024
사이비 교주
이복희
아버지는 식초를 유일신으로 모시는 교주였다
동네 구멍가게 식초는 들어오는 족족 동이 났다 무좀을 달고 살아온 사람들은 발가락부터 광신자가 되어 갔다
식초가 구원이라는 믿음 아래 발가락 성도로 거듭나는 아버지
교주의 식초 처방이 신통력을 잃어갈 즈음 무좀에 발가락 양말만 한 게 없다는 이교도의 말에 아버지는 오일장에 갔다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찬송가 리듬 타고 연신 할렐루야를 외치며 배밀이로 기고 있는 고무 통양말을 신은 사내 오체투지로 살아가는 신이 거기 있었다
아버지는 발가락 양말 세 켤레를 기꺼이 품에 안았다 장바닥을 온몸으로 기어다닌 기도발이 무좀을 낫게 해 줄 믿음에 발가락이 후끈거렸다
발가락 양말을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보시던 아버지 한 구멍에 하나씩 발가락을 들여앉혔다
식초가 구원의 신이었던 아버지는 아멘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알라신과 오일장 신을 죄다 발가락에 모셔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