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원충전소

by 보내미 이 복 희


영원 충전소



이복희



사진 찍을 때마다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는 구멍 숭숭 뚫린 술빵 같다

말을 타고 달리다가 멈춰 서서
뒤처진 영혼이 따라붙기를 기다리는
인디언의 망연한 얼굴이다

가까워서 먼 길, 문득 뒤돌아보는 그곳에서
말발굽 휘돌아가는 모래바람이 인다

수십 번 오르내린 엘리배이터
건물 출입구, 달리는 4차선 도로
V자를 그리며 활짝 웃는 순간
연소되어 버린 영혼들 허공에 떠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고통에 흐느적거리는
혼들의 잔치를 오늘 보고 말았다

줄 끊긴 통기타 공명통인 듯
소리의 문을 열고 찾아들어선 곳에서
나팔꽃 넝쿨처럼 촉수를 들이민다

고통에도 무뎌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정신 줄은 놓지 말자고
바짓가랑이 움켜쥔 노숙자의 수도 정신

마두금 들고 달리다가
선율 튕겨낼
그곳, 그곳


http://m.mhtimes.kr/view.php?idx=3444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담쟁이의 예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