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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내미 이 복 희 May 31. 2024

영원충전소


영원 충전소



이복희



사진 찍을 때마다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간다

영혼이 빠져나간 자리는 구멍 숭숭 뚫린 술빵 같다

말을 타고 달리다가 멈춰 서서
뒤처진 영혼이 따라붙기를 기다리는
인디언의 망연한 얼굴이다

가까워서 먼 길, 문득 뒤돌아보는 그곳에서
말발굽 휘돌아가는 모래바람이 인다

수십 번 오르내린 엘리배이터
건물 출입구, 달리는 4차선 도로
V자를 그리며 활짝 웃는 순간
연소되어 버린 영혼들 허공에 떠돈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고통에 흐느적거리는
혼들의 잔치를 오늘 보고 말았다

줄 끊긴 통기타 공명통인 듯
소리의 문을 열고 찾아들어선 곳에서
나팔꽃 넝쿨처럼 촉수를 들이민다

고통에도 무뎌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정신 줄은 놓지 말자고
바짓가랑이 움켜쥔 노숙자의 수도 정신

마두금 들고 달리다가
선율 튕겨낼
그곳,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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