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
이복희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밤을 가른다
노파의 앓는 소리가 골목 귀퉁이를 파고든다
오랑캐꽃 피는 봄날
김천 직지사 길목 날라리 커피숍 뜨락
고양이가 축 늘어져 있다
그 이름이 날라리라는데
한낮 햇살 아래서 깊은 명상에 들었나
날라리 날라리, 커피숍을 들락거리는 중년들의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연애담
귀 쫑긋, 꼬리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날라리인가, 날라리인가
날파리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해 질 녘
바닥에 몸 비비고 뒹굴던 날라리
엉덩이 한껏 추켜올리고 누군가를 찾는다
커피숍 전등을 밝히기가 무섭게
날라리, 날라리답게 어둠 속으로 사뿐사뿐 발을 옮긴다
캭 캬르르, 야릇한 신음과 함께
새벽이면 어김없이 돌아와
어둠에 눌렸던 털을 핥고 또 핥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직지사로 접어드는 액셀러레이터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쯤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 들리려나
* 발정기의 암컷 고양이가 수컷 고양이를 유혹하기 위해 신호처럼 보내는 울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