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의자
이복희
여러 식솔을 거느린 의자가
성밖숲* 왕버들나무 아래 있다
가냘픈 냉이꽃과 허리 잘록한 개미들,
굴러온 공벌레까지 거둬들이고
나란히 걷던 노부부도 왕버들 그늘에 든다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인연들
바람의 말소리를 귀에 넣어주는 나뭇잎
아무런 불평 없이 손 흔들어 배웅한다
오백 년 뙤약볕의 왕버들 나무가
허공을 빗질하자
지나가던 구름이 슬쩍 돌아서는 한낮
왕버들 어깨가 한쪽으로 쏠릴 때마다
허공은 넓은 등짝으로 받쳐주고
그늘은 둘레를 몇 뼘씩 넓힌다
인적 끊긴 어느 날
울퉁불퉁 무릎걸음으로 다가온 왕버들
잠시 의자에 궁둥이 붙이고 돌아서는데
그늘 귀퉁이가 얄팍해졌다
어느새 홀쭉해진 내 옆구리처럼
* 경북 성주군 성주읍성 밖에 조성된 왕버들숲. 1999년 천연기념물 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