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했습니다
열심히 브런치 쓰다가 한동안 안 써서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요즘 또 일상을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보니 무기력이라고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나름 무기력 극복 프로젝트를 하며 최근 3-4년간을 돌아봤는데, 주기적으로 무기력증이 와서 1년에 2-3달은 우울하게 보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무기력이라고 해도 회사를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힘들지만 어떻게든 회사는 갔고, 어떻게든 일을 해야 했다. 아마 이것마저도 힘들어서 그만두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실제로 그만두면 당장 다음 달 월세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번아웃인지 우울증인지 무기력증인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증상이 왜 주기적으로 발생했는지 고민을 해봤고, 결론을 내린 건 내가 높은 이상을 가지고 많은 도전과 변화를 겪으면서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인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비슷하게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일상에 대해 주변에 이야기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하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미 테트리스 같은 일상에 익숙해져 있고, 오히려 오래 쉬는 것이 힘든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뒤쳐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든 만들어서 해왔던 3년이었다.
무기력 관련 글쓰기를 중단한 10월부터 11월 사이 또 많은 일을 했다. 평일 주 4-5회 영어학원을 출근 전후로 다니기 시작했고 주 2회 퇴근 후 필라테스를 가게 되었다. 10월 말부터 운전면허 보통 2종 취득을 준비해서 최종 합격했고, 원티드라고 하는 채용 플랫폼에 글을 작성해서 기고글을 제출하기도 했다. 미션캠프에서 하는 컨셉진이라고 하는 글쓰기 캠프도 4주째 참여했고 이번주가 5주 차로 이번달이면 또 마무리가 된다. 피아노 학원은 꾸준히 레슨을 다니고 있고, 현재는 체르니 100을 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서초청년센터에서 진행하는 버크만 커리어 설계, 향기 테라피라는 프로그램을 총 4회 참여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개발 스터디도 온라인으로 주 1회씩 했고, 알고리즘 문제도 2문제 정도 풀고, 친구도 만나고 전회사 동료들 모임도 다녀오고 특강도 들었다. 심리 상담도 받았고, 서양미술사 수업도 토요일마다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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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푹 쉬고 있다. 보통 일을 몰아서 하기 때문에 잡다한 건 많아 보이지만 각각의 일에 에너지를 많이 쓰진 않는 편이다. 그게 좋은 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일을 차례로 해내는 것 자체에 어느 정도 중독된 상태인 듯싶다. 이런 일상을 보내다가 아무것도 못하겠는 시기가 되니 우울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요즘은 일정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정을 만들어둬서 매주 플래닝을 하고 매일 할 일을 체크하며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그래도 점점 일을 줄여가고 있다. 오랜만에 플래닝을 하게 된 10월 5주 차가 가장 바빴는데, 다행히 큰일이 잘 끝나서 하나씩 정리되어 가고 있다. 운전면허도 끝났고, 기고글 작성도 끝났고, 겨울 옷 정리나 옷장 조립 등 큼직한 이벤트가 끝나니 점점 여유가 생겨가는 느낌이다. 영어학원을 등록한 이유는 원래 연초 계획이었던 조지아 테크 온라인 대학원 지원을 위한 건데, 연초에 팀 이동과 함께 계획이 깨져서 다시 시작했다. 또 미래가 어찌 될지 모르니 열심히 시간 될 때 다니려고 한다.
큰일이 끝나가면서 또 다른 작은 일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개발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코드 리뷰 같은 도움을 주는 활동을 더 하고 싶다. 이 부분은 내가 어느 정도 부족하기도 해서 더 공부하기 위한 것도 있다. 어떻게 참여를 하면 좋을까 싶긴 해서 우선은 튜터로 지원을 해보긴 했는데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된다면 활동을 병행하면서 온라인으로 컴공 대학원 석사 과정에 도전할 듯싶다. 내년 초에 토플 성적 취득하는 게 목표다. 나름 목표가 정해지면 생각이 명료해져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게 있다. 개발자 커리어로 10년을 쌓는 걸 목표로 하다 보니, 조금 더 기초지식을 잘 쌓고 싶은 마음도 있고,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 +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학위였으면 좋겠고, 시간/비용도 효율적이면 좋겠다를 다 충족시켜 주는 건 이 방법 밖에 없는 듯싶다. 기술 경영도 고민을 했지만, 창업이라면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고 네트워크라면 또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내년 목표가 토플 & 온라인 컴공 대학원 지원, 창업 관련 네트워킹 참여, 개발 학습이 될 듯싶다. 번외로 경매나 기술사 공부도 고민을 하고 있긴 한데 이거는 조금 더 늦게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욕심이 많으니 왜 이리 하고 싶은 건 많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적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또 하나하나 하다 보면 무슨 일이든 끝을 보게 된다. 그게 좋든 싫든 어떤 하나를 끝낸다는 건 참 의미 있는 일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어떤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무기력의 가르침은 역시 결국 체력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필라테스를 주 2회 다니기로 한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8월 1달간 쉬는 기간을 둘 예정이다. 이 기간에는 일을 더 만들지 않고, 좋아하는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을 다니지 않을까 싶다. 사색하는 시간으로 쓴다고 해야 하나. 이번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면서 또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 매번 네이버 블로그에 생각만 주절주절 썼는데, 다양한 플랫폼에 글을 쓰는 건 중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름 4년 차 개발자가 되었다. 이제는 좀 더 똑똑하게 나에게 맞는 스케줄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