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는 돌아가야 하니까

제5화 <보험진료비용>

by 제야


며칠간 반복된 진료 패턴 속에서, 원장님과 나는 어느새 물 흐르듯 진료를 맞춰가고 있었다.


데스크 접수, 진료실 안내, 진료보조, 스케일링, 종이차트 인지라 청구와 수납까지 혼자였지만 생각보다 큰 무리 없이 업무를 해냈다.


그리고 정말로!!! 천만다행이었던 게

무엇보다 원장님은 까탈스럽거나 욱하는 분이 아니었다.


기구를 집어던진다거나, 대놓고 욕을 한다거나, 긴장해서 실수하면 비웃음을 날리는 예전에 겪었던 무자비한 원장님들과는 달랐다.


‘그래, 혼자 버티고 있지만 그래도 원장님께서 배려해 주시잖아.’


그도 그럴 게, 우리 둘뿐이니까.


청소가 필요해도, 기계가 고장 나도, 원장님은 묵묵히 조용히 처리하셨다. 가끔은 간식을 사 오기도 했다.


무난하다. 제발 이렇게만 흘러가라...


생각하던 그날, 익숙한 얼굴의 환자가 내원했다.


누구지...? 누구였더라...


순간, 이름 세 글자가 머릿속을 스쳤다.


"안 낸다고!!!"


그날도 소리를 질렀던 바로 그 환자였다.


“너네가 이어서 치료해 준 거면, 비용은 안 내는 게 맞지! 왜 내야 하는 건데?”


치아 통증으로 신경치료가 필요한 진단이 나왔고, 신경치료에 대한 보험진료비를 청구하자 격하게 반응했던 환자.


전 실장님이 설명을 드렸고, 그날은 내가 데스크를 보고 있었다.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목소리는 높아졌고, 스케일링 비용조차 이해 못 하겠다며 화를 냈던 분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설명하고 비용을 받고 마무리했었는데...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던 그분이, 병원 간판이 바뀌자 다시 찾아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환자를 맞이했다.


"오늘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어요?"


다행히 날 기억 못 하는 듯했다.


"그냥, 검진받으려고."


반말은 여전하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차트를 찾아 원장님 방으로 들어갔다.


"원장님, 지금 내원하신 분 진료비에 민감하신 분이에요."


"네, 그런데요?"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는 나와는 달리 원장님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보험 진료비용에 예민하시거든요. 진료 전에 한 번 더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 진료 전에 미리 설명드리라는 거구나. 알겠어요."


원장님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환자분께 다가가 설명을 드렸다.


"환자분, 오늘 진료를 보시게 되면 보험 진료비용이 청구될 수 있어요."


환자분은 알겠다고 말하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자마자, 뭔가를 꺼냈다.


"이것도 빠졌어. 이것도 봐줘."


임플란트 크라운이 빠진 상태였다. 그 순간 원장님이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하신 원장님은 환자분의 구강 상태를 확인하셨다. 임플란트 부위에서 크라운이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말씀하셨다.


"엑스레이 찍고 확인 한 다음 다시 붙여드릴게요. 오늘은 보험진료비용이 나올 거예요."


말이 끝나자마자, 환자분 반응이 왔다.


"아니, 왜? 전에 여기서 했으면 그냥 해줘야지. 왜 또 돈을 내?"


역시 예상대로였다.

어쩐지 너무 쉽게 수긍하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진료를 받으신 이상 보험진료비가 나오는 게 맞아요."


"하.. 그니까 한 번 한 거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왜 또 비용이 나와요?"


원장님께 따지듯 물었다. 당황한 원장님은 감정을 누르는 게 눈에 보였다.


임플란트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치아로 간주되기 때문에 보험비용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설명을 드렸지만 납득하지 못했다.


"납득이 안되시면 진료 못 봐드려요."


원장님은 단호하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다른 병원은 그냥 다 해줘! 빠질 거라고도 설명 안 해줬잖아!"


짜증 섞인 목소리는 나에게로 향했다.


"환자분, 어디서도 안 빠질 거라고 장담은 안 해요. 그리고 보험 진료비용은 법적으로 청구하게 돼 있어요.


그리고요, 주의사항 설명드린 것도 차트에 남아있어요."


그제야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진료기록은 남아있고, 환자는 결국 한참 실랑이 끝에 "알겠어, 해줘..."라며 수긍했다.


진료가 끝나고, 주의사항은 다시 한번

설명을 드렸다.


여전히 비용을 내면서도 꿍시렁거렸지만

전처럼 소리는 지르지는 않았다

다행히 보험진료비는 수납이 되었다.


의외로 원장님께서 단호한 대응으로

나도 힘을 얻어 환자분께 설명을 드릴 수 있었고


진료 보기 전 짧은 소통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하니 예전보다는 수월하게 환자분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분을 마지막으로

하루의 진료를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그분이 마지막이 아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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