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폭발>
"전 원장님은 어디로 간 거예요?"
"전에 받았던 건데, 이건 왜 문제가 있죠?"
간판이 바뀌고, 원장님이 바뀌자 환자들의 질문과 불만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진료 방식이 달라졌고, 분위기가 달라졌고, 그들은 그 변화에 불편함을 느꼈다.
질문 하나하나에 차분히 응대하며
해소시켜주고 나면, 또 다른 일이 생기곤 했다.
하루는 같은 건물 가게 사장님이 슬쩍 말했다. "병원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 사람이 있었어요.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은 예고편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가 왔다.
늘 진단과 다르게 본인이 원하는 대로 진료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환자.
진단도, 결정도, 판단도 모두 본인 기준이었다.
전 원장님은 말이 길어지는 걸 싫어했고, 그런 환자도 적당히 받아주고 돌려보냈었다.
"전달 좀 해줘요. 난 여기서만 진료받았고, 전 원장님은 내 스타일대로 해줘서 다닌 거라고."
아, 진심 재수 없었다.
'그럼 당신이 치과의사를 하시든가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리며 꾹 참고 원장님께 전달했다.
원장님은 단호했다.
"진단에 따라 진료가 진행되는 것이고, 원치 않으시면 타 병원을 알아보시죠."
너무나 명료하게 말하셨다.
환자는 씩씩대며 진료실을 나왔다.
"저 원장 재수 없지 않아요?"
그 질문에 화가 치밀었다.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함께 일하고 있는 원장님에 대해서 대놓고 이런 식의 발언을 할 수 있는 거지?
얼마나 이곳을 무시하는 걸까.
대답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마음속의 분노로 내 눈빛이 날카로웠는지, 옆에 있던 아내가 나섰다.
"그만하고 가자."
"오늘 진료는 다 보셨여요, 안녕히 가세요."
아내의 말에 곧바로 인사를 하며 그들을 보내려 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렇게 해요."
그 인사를 받지 않고 나를 노려보는 그 남자.
'알면 어쩔 건데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말들을 누르고,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
그는 결국 아내에게 이끌려 병원을 나갔다.
하... 제발 다시는 오지 말기를.
지쳤다.
바뀐 병원,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모든 일들.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을 오갔다.
화가 치밀고 난 후에는 힘이 쭉 빠졌다.
그날도 바쁜 토요일. 진료를 마치고 보니, 기구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멸균 돌리기 전 기구들을 세척하기 위해 고무장갑을 꼈다.
"저는 일정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내 등 뒤로 원장님은 퇴근하셨다.
화창한 날씨, 고무장갑 낀 채 혼자 남은 나.
세척을 마무리하고 장갑을 벗었다.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야속하다. 먼저 퇴근할 수 있는 건 알지만...
정말로 야속하다.
점심도 못 먹고 일했던 터라 배가 고팠다.
아침에 사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딱딱했다. 차게 식어버렸다.
순간, 책상에 올려둔 그 빵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리고, 눈물이 왈칵 터졌다.
딱딱한 빵도 서럽고, 먼저 가버린 원장님도 야속하고, 미련하게 버티고 있는 나 자신도 싫었다.
힘들었던 환자들과의 기억까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가 미쳤구나.'
순식간에 빵을 뭉개버리는 내 행동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더는 이렇게 일할 수 없다는 걸, 그때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미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