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나갈 수도 있었다.
프롤로그
“그때, 나는 나갈 수도 있었다.”
추운 겨울, 연말이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 설레는 마음으로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원장님이 전했다.
병원을 넘겨 인수 개원이 된다는 말.
그 순간, 설렘은 사라지고 현실적인 고민들이 밀려들었다.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도,
당장 새로운 병원에 적응해야 할 부담도,
내게는 모두 무겁게 다가왔다.
치과계의 현실은 다르다.
보통은 연봉을 올려 이직하지만,
우리 직종은 연차가 쌓이면 정해진 연봉 혹은 그 이하로 협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이직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당장 그만두면,
월세는? 적금은? 유독 많이 쓴 연말 카드값은?
현실이 숨 막히게 밀려왔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진료실 스탭 선생님들도, 실장님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들 머릿속이 복잡해 보였다.
나는 원래, 몇 년만 더 , 아니,
딱 1년만 더 있다가 데스크 쪽으로 이직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자격증도 따고, 부족한 부분도 준비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 계획은 그렇게 무너졌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구나’
그땐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몰랐다.
얼마나 더 계획대로 되지 않을지를.
그 겨울, 나는 혼란 속에서 연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연말과 함께 찾아온 갑작스러운 면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
이곳, 이 치과에서
나는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