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면접, 그리고 나만 남았다.>
갑작스러운 면접이었다.
진료실 직원들이 한 명씩 차례로 호명되어, 새로 병원을 인수하게 될 원장님과 개인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원장님은 병원도, 직원도 함께 인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면접 결과를 보고 함께 일할 사람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나는 마지막 면접 순번이었다.
하나같이 면접을 보고 돌아온 선생님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모두 말없이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왜요, 어땠어요? 별로예요?”
나는 분위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별로예요?’라는 질문은 조건보다는, 새로운 원장님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컸다.
처음 마주한 원장님의 인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매, 무표정한 얼굴, 작고 왜소한 체구.
딱딱한 인사를 건네던 모습에서 느껴진 분위기는 냉랭했다.
“면접 보고 나서 이야기해요.”
신쌤은 짧게 대답하며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복잡한 심경은 더 복잡해졌고,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고 정리되기만을 바랐다.
“선생님, 면접 보러 나와주세요.”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앞 순서였던 최쌤의 얼굴도 어둡게만 보였다. 불안한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좋아 보이지 않았다.
“네...”
기운 없는 대답을 남기고 긴장된 발걸음으로 면접실로 향했다.
둥근 테이블 앞에 원장님이 앉아 계셨다.
“안녕하세요. 진료실 근무 중인 치과위생사 김하나입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마주 앉았다.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원장님은 종이를 꺼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질 겁니다.”
연차 도입, 구강 스캐너, 전자차트 등등.
지금까지 병원에서 없었던 시스템과 장비들이 도입될 거라고 했다.
연차는 5인 미만이라 없던 조건이었기에 반가웠고,
구강스캐너와 전자차트도 처음 접하는 것이었지만, 요즘 디지털 진료 흐름에 맞춰 좋은 경험이 될 거라 판단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태도로 대화를 이어갔다.
궁금한 점도 물었다.
장비 도입 시기, 종이차트에서 전자차트로의 전환 일정 등.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이직해도 새로운 곳에서 적응해야 하는 건 똑같아. 그냥 여기서 새로 시작하자.
그런데 마지막에 연봉 이야기가 나왔다.
“연봉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고, 세 달 뒤에 다시 얘기해요.”
나는 잠깐 흔들렸다.
곧 연봉협상이 예정돼 있던 터라 이 조건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이직해도 그 과정은 비슷할 거라는 생각에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하실 건가요?”
원장님의 말투는 빠르고 명확했다.
“네. 저는 여기서 계속 일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면접은 그렇게 물 흐르듯 끝났다.
나는 안도한 마음으로 휴게실로 향했다.
최쌤, 신쌤, 그리고 실장님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다른 데 갈 거야. 우린.”
새로운 원장님은 호감상은 아니었다.
면접을 마친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좋은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 결정은 하루 뒤에 알려주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그들과 달리 마음을 정했다.
모두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어차피 어디를 가든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왜 나는 여기서 시작해 볼 생각을 했을까?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 병원을 혼자 지켜야 된 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