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직장인으로서의 후반부를 시작하자
2025년 3월 21일, 나는 왜 기록을 남기고 싶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선,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제약회사의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커머셜 부서에 있는 나도 고객 미팅이나 심포지엄 등 대외 활동이 감소하고 뭔가를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시기였다. 그러면서 당연하게도 많은 직장인들이 꿈꿔왔던 워라밸 밸런스에 조금은 더 가까워지고 느끼는 게 많았던 시기였다.
또 하나는 어려서부터 기억력이 좋지 않았기에 (매일 호두를 한 줌씩 집어먹지만 당연하게도 여전하다) 그동안 경험하고 느꼈던 기억과 생각들이 어느 새인가 사라져 버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소중한 것들은 경험이든 지식이든 기억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나름 임원(?)으로 근무를 하다 보니 신입사원들, 혹은 경력사원들 중에서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오해와 생각을 갖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도 조금은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들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게 실행이 된다고 하면 뭔가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의미에서 취업준비생들 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또 알려주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100여 개 넘는 글이 되었고, 조금씩 시간을 내어 도와주던 취준생들이 하나둘씩 취업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몰빵금지라는 닉네임이 지금에 와서는 마치 철없던 시절의 나의 생각과 행동처럼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이룬 것들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연들이 있었고 쉽게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그래서 뭔가를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뒤지고, 이상한 업계 선배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듣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그래서 시작했다.
동시에, 인생에 있어서 일이 전부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느껴가고 있다. 40대가 넘어가면 이 주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무조건 9시 출근 6시 퇴근을 맞추는 워라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를 두고 상황에 따라 생각해 보고 추구해야 할 워라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이제는 약 20여 년 간의 직장생활의 전반부를 마무리하고 (어쩌면 진즉 후반부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쯤은 제약회사에서 일해온 것에 대해 뒤돌아 보고 싶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후배들이 거쳐갈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었다. 일 뿐만이 아니라, 나의 삶, 그리고 노후를 위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 퇴직 후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까지..
이 글의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고, 또 근무하길 바라고, 혹은 제약회사가 아니더라도 취업을 준비하는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를 준비하는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동시에 나에게도 보람과 의미를 줄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