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 임원의 퇴직 준비 일기 첫 번째

퇴직을 맞는 나의 마음가짐

by 러블리 이지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 선배들이 하나씩 취업을 하고 또 멋들어진 정장에 가끔 차도 몰고 학교를 오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런 직장인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점심시간에 목에 사원증 (이것이 목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최근의 일이지만)을 걸고 커피를 한 잔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였다. 물론 많은 드라마에서 그렇게 묘사한 영향도 크겠지만.


그럼 이렇게 시작이 있었다면 그 언젠가에는 끝도 있는 법. 치열하게 살아온 수십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그 이후에는 어떤 모습을 꿈꿔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워낙 드라마나 주변에서 퇴직 후의 암울한 모습을 부각하다 보니 직장생활의 끝, 즉 정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경우들이 많다. 서울자가 김 부장님의 이야기는 물론 드라마를 통해 일부 각색이 되고 약간의 과장이 들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현실의 많은 부분을 투영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퇴직 이후의 경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비록 국민연금이 있긴 하지만 워낙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정말 아주아주 최소한의 보조만 해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적게 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고 소득 재분배 효과 때문에 오히려 돈을 많이 내야 하는 고소득자들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말 말 그대로 최소한의 보조금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이거 하나만 믿고 퇴직하면 굶어 죽기 딱 좋다.

요새는 3층 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결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충분히 쌓아놓았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최근에는 통합연금포털이라는 사이트(www.fss.or.kr)에서 내가 현재까지 낸 금액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주니 한 번쯤은 꼭 해보자. 그걸 한 번 해보면 나의 현주소를 알 수 있고, 퇴직 이후의 나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게 해 준다. 대부분은 매우 부족하게 나올 거다. 그럼 충격을 한 번 먹고 열심히 저축을 추가로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자본소득을 많이 버는 꼴을 못 보기 때문에 그나마 절세가 가능한 연금계좌나 절세계좌 등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건 책 두어 권 사서 읽어보면 다 쉽게 알 수 있으니 공부를 하자. 나이가 들 수록 공부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건강이다. 50대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 놓아도 병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건강보험이 잘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리고 몸이 아프면 아무 희망이 없다. 돈 많은 병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퇴직을 하면 대부분 50대 중후반 정도이다. 2026년 지금 이 시대에서 50대 후반, 60대 초반은 아직 청춘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나, 체중관리는 필수고, 요새는 관절이나 근육도 키우라는 얘길 많이 한다. 놀고 싶어도 건강해야 잘 놀 수 있는데, 사실 40대부터는 급격히 체력이나 근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일도 좋고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 최소한 내 몸이 질병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운동한답시고 무작정 뛰다가는 무릎 관절이 나가기 십상이다. 유산소도 요령 있게 해야 한다. 관절에 무리가지 않는 수영 같은 운동이나, 올바른 자세를 통한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퇴직 이후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에 대한 문제이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이것이리라. 경제적인 부분이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퇴직 이후에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럼 그건 그냥 생계를 위한 또 하나의 일일 뿐이다. 나의 자아실현이나 즐거움과 일치되는 일자리를 찾는다면 정말 천운이겠지만 사실 대부분 그런 일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대부분 돈이 안되고, 돈을 많이 주는 일은 대부분 괴롭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운이 좋은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금전적인 부분을 손해 보거나 돈을 위해 나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


난 상당히 일찍부터 은퇴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물론 본격적으로 은퇴를 준비하기 시작한 건 지금 한 5년 정도 되어간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 수 있을만한 금액을 목표로 연금을 쌓고 있으며, 실제로 꽤 진척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내가 뭘 하고 싶으냐는 문제이다. 다행히 먹고사는 문제는 준비를 좀 해놓아서 은퇴 후에는 단순히 돈벌이보다는 재미와 성취감 같은 걸 조금 더 추구할 수 있을 상황이 되고 있다. 아.. 뭘 해야 할지가 굉장히 고민이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데 아직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글을 더 써야 하나 보다.


#조기은퇴

#퇴직 이후의 삶

#직장말고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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