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니까요?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69.59'
공항에서 하숙집으로 가기 위해 우버를 잡았더니 뜬 금액이다. 우와. 달러다. 새삼 내가 캐나다에 왔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던 순간이다.
한국에서 해가 떠있을 때 출발했는데 도착해서도 해가 말 그대로 중천에 떠있으니 기내에서의 단잠이 무색하게 몽롱했다. 그래도 꿈을 이루기 위해 왔다는 실감은 어디 가지 않았는지 한 시간 남짓 거리를 잠도 자지 않고 바깥 구경을 하다 집에 다다랐다.
하우스메이트들과 인사를 나누고 짐을 풀었다. 그간의 타지살이 경력을 통해 짐 푸는 노하우가 생겼다. '이사 당일 짐을 전부 풀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래서 몹시 지친 몸을 이끌고 짐 정리를 단숨에 끝냈다. 침대 하나, 옷장 하나, 책상 하나. 내 꿈을 펼쳐나갈 보금자리가 완성됐다.
날짜도 8월 1일. 달의 첫날. 나는 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캐나다 맑은 공기를 마신 지 3일째 되던 날, 첫 외출을 했다. 목적지는 비행학교.
공항이다 보니 외진 곳에 있어서 가는 데 시간은 조금 걸렸다. 환승을 해가며 버스를 1시간 넘게 타고도 20분을 더 걸어가야 하는 여정. 그래도 구글지도와 창밖을 번갈아 보며 가고 있는데 캐나다 버스는 벨을 누르는 게 아니라 줄을 잡아당기는 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라?
지금 돌이켜보면 별 일 아니었지만 소심한 유학생이자 파워 N인 사람으로서 온갖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끊어지려나.'
'내가 잡아당겼는데 벨이 안 울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내려야 하는 정류장에 다다르자 기관사가 경적을 울리듯 힘차게 줄을 잡아당겨 버스를 멈추는 데 성공했다. 기분 좋게 버스에서 내려 열심히 걸어가자 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경운기 소리가 들려오길래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하늘이었다. 경운기 소리를 내는 물체는 경비행기.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곤 목이 꺾어져라 하늘의 물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비행기치곤 작은 엔진 소리를 내며 착륙을 시도하는 경비행기. 날개를 기우뚱거리며 활주로에 정렬하는 경비행기. 사뿐히 내려앉아 속도를 줄이는 경비행기. 그리고 내가 탈 그 비행기.
'그래, 나는 저걸 타러 왔어.' -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학교 등록을 순탄하게 마치고 다음의 일정은 교관과의 첫 만남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기본적인 이론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8월 5일. 처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인강과 이론 수업을 통해 계기의 종류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보니 얼떨떨했다.
곧바로 진행된 첫 수업. 교관이 시동을 걸고 주기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관제탑과 교신하며 활주로까지 이동했고 활주로 진입 허가가 떨어지자 비행기는 활주로 한가운데 정렬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이륙 허가. 교관은 출력을 최대로 높였고 특정 속도에 다다르자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난다. 내가 난다. 내가 조종석에 앉아서 난다. 내가 조종은 하지 않지만 난다. 나 진짜 파일럿 된 것 같다. 우와. 조종석에 앉아 비행하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보다 조금은 무섭네? 오. 진짜 많이 올라간다. 차들이 완전 조그맣게 보이는 걸?'
고도가 높아질수록 혼잣말은 늘어갔고 더더욱 정신은 없어졌다. 이제 정말 꿈을 이룰 수 있는 건가 싶은 기대와 희열에 가득 찼다. 이제 시작이니 차근차근 배워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교관의 컨트롤과 창 밖을 번갈아보며 비행을 즐기기 시작했을 무렵. 교관이 던진 한 마디는 나를 멘붕에 빠뜨렸다.
'조종간 잡아보세요.'
'네? 지금요? 첫날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