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었나요?

있었어요?

by 에드니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열렬한 박수를 받는 시기가 있다. 관객의 수는 많지 않아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를 받는 때. 바로 뒤집기를 하거나 첫걸음마를 떼는 순간. 걷고 뛰어다니는 다 큰 성인의 입장에선 그저 귀여울 순간에 바깥공기를 얼마 마시지 않은 꼬물이는 최선을 다한다.


내가 그랬다. 첫 비행에 조종간을 잡는 건 그런 느낌이었다. 교관은 잘하고 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음에도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내 등을 축축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조종간 역시 땀으로 젖어갔다. 나는 최선을 다해 고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더 많은 힘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조종간은 뻑뻑했고 그와 동시에 예민했다. 조금만 놓아도 고도는 떨어지기 시작했고 조금만 당겨도 고도는 훅 올라갔다.


'고도를 유지만 하는데도 이렇게 힘들어?'

'기본이 이렇게 어렵다고...?'

'나 이거 할 수 있을까...?'


교관이 다시 컨트롤을 가져가자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가기 시작했다.

- '와, 이거 망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교관은 처음엔 다 그렇다는, 형식적이지만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일한 격려를 건네주었다. 그리곤 다음 시간에 배울 거라며 비행기의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평선은 눈에서 사라지고 앞 유리창은 하늘로 가득 찼다.


그건 그것대로 공포였다. 하늘로 향하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공간 감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계속 상승하다 엔진 파워를 갑자기 잃는 순간에 대한 상상.


3000피트에 도달하자 이번엔 교관이 기수를 내렸다. 도시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했고 하강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 오히려 안정감 있게 다가왔다. 땀이 식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머릿속의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고도 유지도 못하는데 이걸 하라고...? 하하...'


멘탈이 나갔다. 비행기 자체에 대한 공포보다 내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이면 그 누가 내 비행기를 타고 싶어 하겠는가? 아니, 내가 누구를 감히 태울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자격이 주어지기는 할까?




비행기는 특정 포인트에 도달하자 공항 관제탑과 교신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나로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교신이 지나가고 비행기가 하강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륙했던 그 공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교관이 설명했다.

"저 포인트에 도달하면 주파수를 바꾸고 공항 관제탑과 교신하면 돼요. 지금 고도가 몇이고 위치는 어디인지, 공항엔 무슨 목적으로 가는지 설명해 주는 거예요. 그럼 관제탑에선 접근 루트와 활주로를 알려줍니다."


교관 말대로 비행기는 저 멀리 보이는 활주로에 정렬하기 시작했다. 고도는 1500피트에서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지상의 것들이 점점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고 활주로도 마찬가지로 넓어 보이기 시작했다.


활주로에 도달하자 비행기는 기수를 살짝 들어 유지한 다음 아주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착륙에 깜짝 놀라기가 무섭게 비행기는 활주로를 빠져나갔다. 이번엔 공항 지상 관제소에 연락하자 움직여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공항의 비행기들 사이를 지나가자 학교 주기장이 나왔고 교관은 마지막 엔진 체크를 하고 비행기의 시동을 껐다. 프로펠러가 탈탈탈 소리를 내며 마침내 멈췄다.


그렇게 내 첫 비행이 끝났다. 끝났다는 느낌도 없이 생각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이게 지금 결국엔 내가 혼자 다 해야 하는 것들인가? 교관이 하는 것만 보고 있어도 정신이 이렇게나 없는데?'


첫 비행에 대한 감격은 없었다. 조종간을 처음 잡아본 순간에 대한 감동도 없었다. 멋지게 해내는 내 모습에 대한 상상도 처참히 파괴됐다. 멋진 파일럿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없었다. 남은 거라고는 등허리에 땀이 식어가는 감각.


그러다 정리를 마치고 주기장에서 학교로 걸어가는 길에 교관이 물었다.

"재미는 있었나요?"




재미? 재미가 있었나?


불안했다. 무서웠고 압도적이었다. 무력함을 이렇게나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비행하는 내내 느끼고 있었다. 꿈을 찾아온 설렘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그 순간에 대한 흥분. 잠시 표면적인 감정들에 가려졌을 뿐이었다.


내가 꿈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부서지지 않았을 멘탈, 느끼지 않아도 됐을 불안감, 흘리지 않아도 되었을 땀. 그러나 나는 얼마든지 부서지고 얼마든지 불안하고 얼마든지 땀을 흘릴 수 있었다.


시도했기 때문에 얻어낸 훈장 같은 감정과 감각들이 비행이 끝나자 비로소 온전히 느껴졌다. 얼굴이 상기되는 것이 느껴졌기에 겉으로만 보아도 모든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리 내어 질문에 대답했다.




"네, 진짜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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