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어떻게 하는 거였죠?

비행 입스

by 에드니

모든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비행에 전념하는 것뿐이었다.



밴쿠버에 돌아와 한 첫 비행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갓 비행에 익숙해지기 시작해서 갖게 된 두 달짜리 강제 휴가. 처음부터 다시 감을 잡길 바랐다면 그것만큼 욕심인 것은 또 없지 않았을까.


그저 집중할 뿐이었다. 교관이 지적해 주는 것들을 하나하나 받아 적고, 카페에 앉아 그날의 실수들을 정리했다. 어느 정도의 감이 오면 그 자리에 앉아 상상으로 하는 비행, 체어플라잉을 했다.


손이 공중에서 허우적 대지만 남들의 시선은 상관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감을 되찾고 싶었다. 시험 날짜를 받아두고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었던 한국. 빨리 이 시험을 해치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욕심은 실력을 뒷받침해주지 않았다. 착륙 시에 원하던 곳에 착륙하지 못할뿐더러 연신 찍어대며 착륙하기 시작했다.


쿵, 끼긱.

쿵, 끼긱.

쿵, 쿵, 끼긱.




‘형님, 이제 랜딩은 연습 안 하셔도 되겠는데요?’


비자에 문제가 생기기 전, 원래 교관이 아닌 학교에서 친해진 교관과 비행을 나갔을 때였다. 앞바퀴가 빠지기 쉬운 진흙탕이나 잔디밭에 착륙할 때 쓰는 Soft Field 랜딩을 연습하던 나는 감개무량한 칭찬을 들었다.


듣기 좋으라고 해주는 말인가 싶었지만 내가 봐도 비행기는 활주로 한가운데 정렬한 채 앞바퀴를 든 채로 착륙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이제 정말 시험 준비가 착착 되어가는 것 같았기에.


그런데 이제 그런 칭찬은 의미가 없어졌다. 칭찬이 무색할 만큼 나의 비행 실력은 아주 바닥을 기고 있었다. 다 끝냈다고 생각했던 기동에서 문제가 자꾸 생기자 마음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왜 항상 불안감은 빠르게 퍼져나가는지. 곧 다른 기동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기동 중 비행기 균형을 잡아주는 러더를 충분히 차지 않거나 너무 많이 차서 기체가 기우뚱하기 일쑤였다.


플랩은 항력을 증가시키기에 가속 시엔 일부 접어줘야 하는데 내 손은 출력을 높이고도 플랩 스위치에 손이 가질 않았다. 비상 착륙을 연습하는데 메이데이 콜을 하지 않았다.


전에는 문제없던 것들이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하는 사람 마음도 모르고.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 기가 차고 답답할 노릇이었다. 왜 내 머리와 내 손인데 정작 나의 말을 듣지 않는지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상황이 안 좋아졌다. 스스로가 예민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교관의 수업 진행 방식에 의심이 갔다. 교관이 정당하게 지적하는 것에도 속으로 변명을 해댔다. 내 생각은 이랬는데, 저랬는데, 이러쿵, 저러쿵.


날씨 때문에 비행이 취소되는 날이면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날카롭고도 치열하게 그 조종간과 싸우지 않아도 됐기에.


비행뿐만 아니라 이론 공부도 하기 싫어졌다. 언제 볼지도 모르는 시험,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꼬아 생각하기 시작했다.


비행은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감이 좋다는 말을 들었었고 실제로 어떠한 기동들도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왔다.



‘입스’, 운동선수들처럼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일 만한 대단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나에게 입스가 찾아왔다.




비행이 무서워졌다.

막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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