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늑대 사이

고독은 안전하고, 관계는 따뜻하다

by 박하린




인간은 타인과 교류가 필요한 동물이다.

그래서 모든 번뇌가 생겨나는 게 아닐까.

나는 이따금 인간관계가 지겨워진다.

방긋방긋 웃으며 상황에 맞는 말을 고르는 과정이

어쩔 땐 참 피곤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오래 만나온 친구가 여전히 소중하고,

새로 만나는 인연은 또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그래서 또 방긋 웃으며 사람들을 탐색한다.


혼자 있긴 싫은데, 사람 상대하기는 또 귀찮고.

인기 많은 스타는 되고 싶지만 사생활 침해는 싫은

그런 모순의 구석에서 나는 늘 서성거렸다.

외로움과 피로 사이, 그 좁은 통로에서 사람은 산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태생부터 약한 동물이다.

뾰족한 발톱도, 두꺼운 털도 없으니

함께 무리 지어 살아야 생존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 맺기’라는 본능을 진화시켰다.

그런데 그 본능이 지금은 오히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사람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예의와 미소와 적당한 불편을 견딘다.



호랑이는 혼자 산다.

힘이 세니까, 혼자서도 사냥하고 살아남는다.

그런데 다람쥐는 왜 혼자 살까.

아마 그들의 생존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부딪쳐서 이기며 살고,

누군가는 피하고 저장하며 산다.

관계를 맺지 않는 것도 하나의 생존법이다.

다만, 그렇게 사는 동안엔

아무도 나를 쓰다듬어주지 않는다.


늑대는 무리를 이룬다.

함께 사냥하고, 새끼를 지킨다.

그 안엔 서열과 눈치와 피로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함께 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독은 안전하지만 고립되고,

관계는 따뜻하지만 피곤하다.


결국 우리는 그 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산다.


사회성이란 결국,

그 불편을 참아내는 나의 능력 아닐까.

조금 불편하다고 관계를 그만두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멀리 보면 나를 더 불행하게 한다.


모두 다 불편해버리면

나는 아무랑도 놀 수가 없는걸.

결국 나와 타인의 균형 잡기,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나의 행복을 결정짓는지도 모른다.


미소 짓게 하는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그곳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다.

나 혼자 보낸 고요한 시간은

아무리 떠올려도 추억할 만한 일이 잘 없다.

아마 그 시간은 그렇게 고요히 흘러갔던 모양이다.


혼자 있으면 편하지만,

풍경이 금세 조용해진다.


누군가와 있으면 번잡하고,

없으면 공허하다.


그 사이 어딘가에

진짜 행복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늑대 쪽에 더 가까이 선다.

함께 웃고, 다투고, 피곤해하면서도

결국 그 무리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인간이니까.


그렇다고 호랑이를 완전히 버리진 못한다.

내 안의 고요한 호랑이가,

때로는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어주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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