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시작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박하린




부모가 된다 함은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의

형벌이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 세상을 보는 프리즘이 있다.

내가 원하는 이상향이 있고

가지지 못했거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내 프리즘을 하나씩 까발리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때로는 부끄럽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고통을 참을만한 가치가

그것을 넘어서는 사랑이

왜 그런지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벅차오르는 행복이 있다.


그것은

세상에 너와 나 둘만이 가지는

세상 하나뿐인 특별한 연결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이며 섬짓한 덫이다.


이 처참한 비극은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다.


이 비극이

삶을

분명히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분명히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비극은 축복이다.

내가 나로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벅차오르는 축복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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