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때를 조금씩 벗어나고,
업무에도 적응해 가던 그 무렵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다른 부서에 있는 동기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같은 기수의 친구들은 영업이나 설계부서에
배치되어 깔끔한 차림의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회의실에서 고객을 만나거나,
도면 앞에서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진짜 직장인’처럼 보였다.
반면 나는 늘 먼지와 기계 소리가 가득한
현장에 있었다.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쓰고,
땀과 기름, 그리고 철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무래도 현장관리하는 부서다 보니,
여름에는 숨이 턱 막히는 무더위와 싸워야
했고, 겨울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물론 내가 직접 선택한 길이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장을 너무 쉽게
본 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럴 때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기들이
괜히 부러웠다.
가끔 본사 회의가 있을 때,
정장을 입은 동기들을 마주칠 때면,
때 묻은 작업복 차림의 내 모습이 괜히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일이 맞을까?’
그 질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시절, 비교는 늘 나를 흔들었고,
구직 사이트를 몰래 뒤적이며,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들춰내고 있었다.
출근길 버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조차
모두 나보다 괜찮은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셔츠 차림으로 책을 읽고,
누군가는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었다.
왠지 그들에겐 여유로움이 있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작아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현장 한쪽에서 기계를 점검하거나 빡빡한 공정
스케줄을 관리하는 선배들을 볼 때면, 묘한
존경심이 들었다.
‘아, 저렇게도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구나.’
선배들은 마치 도면이 머릿속에 들어있는
사람 같았다.
누구의 인정을 바라지도, 티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맡은 일을 묵묵히, 완벽히 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본사의 동기들은 겉모습은 분명 멋졌지만,
대화 주제는 늘 이직과 급여, 승진에 대한
불만이었다.
반면, 현장의 선배들은 불평 대신 경험을
나누었고, 함께 고된 시간을 버티는 사람들만의
‘전우애’가 느껴졌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묵묵히, 진심을 다해
살아내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남의 길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선 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일은 여전히 고되고, 환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음의 시선이 조금씩 바뀌었다.
예전 같았으면 불만이었을 일도
이제는 ‘배움의 현장’으로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