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현장 생활은 고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분명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매일같이 마주하던 크고 작은 문제들,
작업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던 시간들.
그 속에서 부딪히며 쌓인 경험들은
이후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밑거름이 되었다.
처음엔 그저 ‘버티기 위해 일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다루는 일의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현장은 단순히 지시를 수행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뒤얽힌 문제들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문제 해결의 학교라는 것을.
그리고 그 문제들은 수학 공식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현장은 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3년 차가 되던 해,
나는 설계부서로의 이동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이
“이 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사람”이라는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새로운 부서에서의 첫날,
도면 앞에 앉아 나는 느꼈다.
‘아,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도면 위의 선 하나, 부품 하나에도
머릿속에는 이미 현장의 장면이 그려졌다.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조립되고,
어디에서 작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지,
어디가 문제 포인트인지…
몸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통이었다.
현장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설계 미스로 인한 수정 작업이었는데,
나는 그 실수를 누구보다 줄일 수 있었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무리 사소한 경험도 결국엔 연결된다.’
설계부서의 일은 현장보다
훨씬 체계적이었다.
업무의 흐름을 설계에서 완성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고,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새로운 일은 분명히 낯설었지만,
이전에 겪은 고생들이 나를 강하게 밀어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티던 사람’에서 ‘이끌어가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해갔다.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리고 설계에서의 경험이 쌓이자,
나는 사업관리 부서로 옮기게 되었다.
프로젝트 전체를 조율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흐름을 조정하는 일.
현장에서의 경험, 설계에서의 이해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졌다.
처음엔 그저 버티기만 했던 내가,
이제는 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모든 시간은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