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직 후, 나는 더 행복해질 줄 알았다.

by 좋은투자자

사업관리 부서로 옮긴 뒤,
처음으로 ‘일 잘한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현장과 본사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


누군가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는 그 일들이
이상하게도 내겐 잘 맞았다.


현장의 감각과 설계의 이해가 모두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과도 눈에 띄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회의 자리에서 내 이름이 언급되는 일이

점점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던 대기업 팀장님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혹시, 우리 회사에서 함께 일해보실 생각 있으세요?”


조건은 좋았다.


망설였지만, 주변의 응원과 추천이 이어졌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제대로 평가받는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더 큰 무대, 더 많은 기회, 그리고 더 높은 연봉.

누가 봐도 '성공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새로운 회사는 완벽했다.
체계적이고, 빠르고, 효율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완벽함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성과에 따라 관계가 바뀌었고,

상사의 말 한마디가 하루 기분을 뒤흔들었다.

일과가 끝나도 머릿속에는 다음날 회의에 보고

해야 될 문서와 씨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가족과의 거리였다.


대기업으로의 이직은 내게 ‘주말부부’라는

새로운 현실을 안겨주었다.


아이와 함께 할 시간도,
아내의 힘든 육아를 도와줄 여유도 없었다.


가족이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

나는 늘 그 자리에 없었다.


주말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설렘보다 먼저 찾아오는 건 미안함이었다.


평일엔 거의 매일 새벽까지 일하며,

주말에는 어떻게든 가족과 보내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그렇게 1년 넘게 나를 갈아 넣었다.


그러자 몸이 먼저 버티질 못했다.


‘일도, 가정도 다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내 욕심이었다.


주말에도 일을 들고 집으로 가
불안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펼쳤다.


아이들 앞에서조차 일 생각을 놓지 못했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일을 했다.


일이 많아 주말에 출근하는 동료들을 보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때 처음으로 깊이 고민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을까?’
‘일에서의 성공이 정말 내 삶의 성공일까?’


어느 일요일 밤,


아이를 재우고 먼 거리를 다시 운전해 돌아가던 길.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좋은 아빠인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진지하게 육아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려웠다.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잠시 일을 멈춘다는 게 낯설고 불안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분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가족이 먼저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를 따랐다.

그 결심은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은 분기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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