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할 줄 알았던 육아휴직, 현실은 또 다른 출근이었다

by 좋은투자자

육아휴직을 결정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제 좀 쉬겠네.”
“아이랑 매일 함께할 수 있다니, 부럽다.”


동료들의 “잘 쉬다 와”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대신
아이의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행복처럼 느껴졌다.


휴직 첫 주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아이들이 내 옆으로 와서 말했다.

“아빠, 이제 일하러 멀리 안 가도 돼?”

그 한마디에 가슴이 찡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는지 실감이 났다.


그날은 공원에도 가고,
아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외식도 했다.
모든 장면이 새롭고, 모든 게 소중했다.


‘이게 진짜 행복이 아닐까?.’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가 여섯 살이 되자,
함께 있는 시간이 단순히 “놀아주는 시간”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질문에 대답해야 하고,
스스로 해보려는 아이의 고집도 받아줘야 했다.


숙제, 준비물, 식사준비,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왜?”의 연속.


회사 일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마다 시작되는 일상은
출근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등원 준비를 시키고, 아침을 챙기고,
아이의 기분을 살피며 하루를 열어야 했다.


“아빠, 오늘은 이거 안 입어, 유치원 안 갈래!”
그 한마디에 하루 일정이 틀어지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쉴 틈은 없었다.

집은 늘 어질러져 있었고,
세탁기와 설거지는 언제나 나를 불러댔다.


퇴근도, 마감도 없는 하루.

육아휴직은 쉼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풀타임 근무’였다.


게다가 아이 중심의 하루 속에서

내게도 어쩌면 ‘자유 시간’이 조금 생겼다.


처음엔 그것이 여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책도 읽고,
글도 써보고,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내는 재취업으로 매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육아휴직의 기준’과
아내가 기대하는 그 기준은 너무 달랐다.


나는 꽤 노력한다고 생각했지만

와이프에게는 늘 어느 부분이 비어 보였고,


세세하게 챙기는 아내의 기준은

내가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꽤 노력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눈에는 늘 부족해 보였던 것이다.


“그 정도면 됐잖아.”
“당신은 아직 몰라, 이게 얼마나 신경 쓰이는지.”


말 한마디에 서로의 감정이 상하고,
대화는 점점 짧아졌다.


회사에서는 ‘일 잘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집에서는 ‘눈치 없는 남편’이 되어 있었다.


육아휴직은 분명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택이 오히려 가족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벌려놓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토록 원했던 ‘함께 있는 시간’이

왜 이렇게 버겁게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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