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보다 감정이 먼저였던 시간들...

by 좋은투자자

아내가 다시 일을 시작하자,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육아와 집안일을

전담하게 되었고,

아이의 하루가 곧 나의 하루가 되었다.


아침엔 아이들을 챙기느라

시간이 늘 모자랐고,


그 모자란 시간을 핑계 삼아,
아이들에게 화내는 일이 잦아졌다.


저녁도 다르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씻기고, 놀아주고,

숙제에 준비물까지...


하루가 그렇게 흘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또다시 ‘버티며’ 하루를 보냈다.


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나를 소모했다.


틈은 분명 있었지만, 여유는 없었다.


아내의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면

처음엔 그저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다시 일을 시작했으니 바쁘겠지.’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말하지 못한

작은 불만들이 조용히 쌓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업무 분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대치의 충돌”이었음을...


아내는 집안일의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정리정돈, 식단, 세탁의 순서…


모든 것이 이미 아내만의 기준으로

확고해져 있었다.


그 기준 속에서 나는 늘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정도면 괜찮잖아.”
“조금은 대충 해도 되지 않나?”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이
내 기준에서는 최우선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내는 이미 몇 년 동안 그 기준으로

혼자 버텨왔다는 것을.


내가 타지에서 근무하던 시절,


평일의 모든 육아와 살림, 아이의 감정까지
아내는 혼자 다 감당해 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내는
‘혼자 해내는 방식’에 익숙해졌고,
그만큼 기준도 높아졌다.


반면 나는 여전히 “도와주는 입장”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 차이가 보이지 않는 간극이 되어
결국 감정의 골로 드러났다.


“이건 이렇게 해주면 좋겠어.”
“그럼 당신이 해봐.”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었고
하루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억울했다.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왜 부족하다고 느껴질까?”


“말이라도 좀 예쁘게 해 줬으면...”


하지만, 아내도 지쳐 보였다.
새로운 일, 새로운 환경, 끝나지 않는 집안일..

둘 다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감정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이 앞에서도

언성이 높아지는 날이 늘었다.


“그만 좀 해.”
“왜 또 그렇게 말해?”


그럴 때마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지금 우리… 뭐 하고 있는 거지?’


가족을 위해 선택한 육아휴직이었는데,
왜 우리는 더 힘들어지고 있는 걸까.


어느 날 밤.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나 요즘… 너무 힘들어.”


그 말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도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날 이후 생각했다.


‘우리가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시간 아니었을까.’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조금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그때서야 아주 조금,
우리가 엇갈렸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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