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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교리장 Aug 14. 2023

불운한 퇴사를 피하는 두 가지 방법

이유도 두 가지, 방법도 두 가지

이종격투기는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입식타격과 상대를 껴안고 제압하는 근접기술의 혼합이다. 입식타격과 근접기술을 둘 다 잘 하는 상대는 무섭다. 그런 이들에게 맞서려면 무작정 흥분하여 대응하지 말고, 그의 입식타격과 근접기술을 분리 분석하여 각각의 기술을 막아내는 것이 방법이다.


퇴사 뿐 아니라 인간이 공동체 생활에서 이탈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일 때문이고, 두 번째는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둘은 보통 잘 싸우는 이종격투가처럼 콤비네이션으로 나를 공격한다.


일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들은 '비전이 없어서' '일이 잘 맞지 않아서' 등으로 이야기하는데,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은 자신의 일이 '공동체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할 때' 좌절한다. 극단적인 예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오지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돈 한푼 못받아도 기십년 씩 그 일을 계속한다. 그러나 아무 의미 없는 보고서의 토씨 수정에 몇 시간씩 할애할 때,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물건이 사람을 해하는데 쓰이거나 병을 유발한다면 사람들은 좌절한다.


예외도 있겠지만, 존재하는 직업 중 90%는 어떻게 해서든 공동체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예를 들어, 무기를 만드는 군수산업은 공동체에 유익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당장 이웃나라가 우리나라 땅에 미사일을 쏴서 수백명이 사상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군수산업만한 애국, 애민이 없다. 금융도 마찬가지이다. 금융업은 부익부 빈익빈을 더 악화시키는 사업으로 비난받기 쉽다. 투자금이 많을 수록 정보도 많고 투자의 성공확률도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금이 적은 사람들은 손해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어떤 대형투자자는 아프리카 사막의 녹지화에 투자하여 수천만명을 살려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투자주체인 국민연금은 5천만명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

사람들은 의사라면 이러한 고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행 혹은 전이된 암의 항암치료를 주로 다루는 종양내과의 경우, 약간의 수명연장을 위해 상당한 부작용을 감내시켜야 하는 항암제 투여에 대해 큰 회의를 느낀다. 수 개월간 입원시켜 투약과 행동치료를 거듭한 뒤에도 같은 질병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지켜보는 정신과 의사들 또한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직업을 마냥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자신의 업무가 어떤 면에서 공동체에 기여하는지, 혹은 해를 끼치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업무에 상당기간 종사해야 한다. 그 또한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해서는 겉핥기만 할 뿐 내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업무가 '비전이 없다'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좀 미안하긴 한데, 2-3년만 지금과 다른 자세로 일해보기를 권유한다. 당신의 삶 중 퇴근 후 헬스장, 주말 여행이 당신 평소 생각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면, 당신은 일의 비전을 발견할 수 없다. 앞서 말하였듯 세상에 존재하는 업무는 어떻게든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다만 당신이 아직 그것을 못 찾아냈을 뿐이다. 이것은 그 업무에 대해 자발적으로 파악하고 돌진하는 사람들에게만 발견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바를 찾아내는 것은 상당한 지식과 창의성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찾아내는 시점에 당신은 전문성을 갖춘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그만두는 부분은 참 안타깝다. 상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되게 말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필자도 20년 넘는 직장생활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힘을 받아보았다. 그리고 나 뿐 아니라 대개의 사람 상황을 살펴본 결과, 인간들은 보통 잘 안맞는 사람과 평생 같은 자리에서 일하지 않는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몇 년의 시간 후에 대부분 떨어지더라. 물론 그 와중에 많은 아픔이 존재했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의 성격, 행동을 비난하기 쉽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타인이 아무리 사악하고 불합리하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를 고칠 수 없다. 인간은 원래 타인을 못 바꾼다. 인간이 타인을 고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는 단 한 가지, 자신만큼 사랑하는 상대에 대해 평생에 걸쳐 애정을 부여할 때 가능하다.  

일단 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떠오를 것이다. 가능하다면 회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 같은 경우는 말투가 거슬리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해당 회의를 화상으로 참석하거나, 서면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물론 화상이나 서면으로 참석할 때는 자료를 두 배의 성의를 들여 준비해야 한다. ) 친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해보는 것도 좋겠다. 보통 당신이 어떤 사람이 싫다면 그 사람도 당신이 싫다. 왜 싫은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미 일어난 여러 일들을 떠나, 인간대 인간으로써. 진정 증오스럽고 싫은가? 그간 일어난 일들을 차치하고. 만약 우리가 아주 어릴 때 만났다면?

99.8%의 유전자를 공유한 인간이라는 존재로써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라면 나 또한 분노하고 속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일어난 일들에 대해 계속 분개하는 것은, 나를 손상시키는 불의 감정에 계속 장작을 집어넣는 것에 불과하다. 이 더운 여름날, 그 장작불에 땀흘리는 것은 그저 나 뿐이다.

카카오톡으로 생일 선물을 보내보는 것을 어떤가?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났다면, 도망가지 말고 용기내어 인사를 해보면 어떤가? 필자의 경험상 이런 행동은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퇴사는 위의 두 가지, 즉 일의 비공헌성과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두 가지로 인해 발생하는데 대부분 두 가지가 혼합되어 영향을 미친다. 이종격투가의 주먹과 태클처럼, 이 둘은 긴밀히 협력하고 더 강해진다.

사람은 자신을 위협하는 정체가 무엇인지 모를 때 두렵고, 위축된다. 위축된 파이터는 제물이 될 뿐이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위협받고 있다면 잠시 쉬는 것이 답이다. 자신이 무엇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천천히 분석하라. 휴가중인 직장인은 플러그가 뽑힌 전열기구와 같다. 전원이 켜진 전열기구는 아무리 낮게 켜놓더라도 회로가 꾸준히 마모된다. 플러그가 뽑혀야만 제대로 쉬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100세 철학자의 행복의 비결' 로 유명한 연세대 김형석 교수님께서는 인간이 조직의 발전과 함께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근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개념과는 상당히 충돌하지만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한다. 사실 인간의 삶 자체가 공동체 생활과 동의어이다. 회사 뿐 아니라 가정의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의 공헌적 의미를 깨닫고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하지 않으면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YOLO하여 놀기만 하면 행복할까? 그럴리 없다. 공동체에 기여하지 못하면 인간은 반드시 불행해지고, 그 과정에 궁핍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상대의 주먹이 무서운가, 태클이 무서운가? 그리고 나는 주먹이 센가, 그래플링에 능한가? 주먹이 세다면 나는 어떻게 상대를 공격할 것인가? 자신에게 처한 위협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몸을 키워 다음시합에 나선다면 첫 시합에는 졌더라도 다음시합에는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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