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가 두려운 아이
“오늘은 친구 자랑을 할 거예요. 짝을 그리고 꽃종이에 짝 자랑을 써서 붙여주세요. 글씨를 모르는 어린이는 선생님이 도와줄 거예요. 짝에게 어떤 자랑이 숨어 있을까? 찾아볼까요?”
짝을 관찰하고 특징을 발견하는 활동을 하는 날이에요. 짝의 모습을 그리고 빈 곳에 짝의 자랑을 꽃종이에 써서 붙이는 거예요. 안경을 꼈어요, 점이 있어요, 이가 빠졌어요, 고춧가루가 묻었어요, 머리가 길어요, 눈이 커요...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선생님은 관찰을 잘 한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짝을 들여다보고 짝 자랑을 합니다. 일어나서 짝을 살펴보고 머리도 만져보고. 짝의 입 속까지 관찰하느라 손으로 입을 벌리려 한다고 이르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하는 말을 칠판에 써 주고 색도화지와 꽃 모양으로 오린 꽃종이를 나누어 줍니다. 종이를 받자마자 '가로로 그려요?'세로로 그려요?'를 물어옵니다.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B4 색도화지를 받자마자 관찰한 짝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영진이가 난처한 얼굴로 나옵니다.
“난 그림 못 그려요.”
“괜찮아, 영진아, 짝을 잘 쳐다보고 나와 뭐가 다른가 살펴보고 그리면 돼.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것부터 그려볼래?”
1학년 교과활동에는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 많습니다. 학문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관찰입니다. 그다음에 무엇이 같고 다른지 발견하고 묶어보는 분류입니다. 관찰하는 힘이 좋은 아이는 묘사하는 능력도 우수합니다. 관찰은 자세히 오래 보는 습관에서 시작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도 있잖아요. 아이들에게는 모든 사물을 관찰하는 단계부터 공부가 시작됩니다.
영진이는 그림을 그릴 시간만 되면 아주 난처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하소연하곤 했어요. 아이는 그림에 손을 대지 못하거나 아주 작게 그리고 자신 없어했습니다. 어떻게 그릴지 아이는 아직도 생각이 나지 않나 봅니다. 크레파스만 손톱으로 다듬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가서 도와줍니다. 짝의 머리가 길어요, 합니다. 그래, 잘했어, 그걸 그리자. 먼저 얼굴을 그리고 머리를 그리고 눈 코 입도 그리라고 말해줍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그린 그림을 짝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앞에 나와서 무엇을 그린 것인지 말하게 합니다. 그려놓고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생각이 나도록 하나씩 상기시켜 줍니다. 한참 만에 영진이가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아이의 그림은 대단했습니다. 머리는 종이 큰 반을 차지하고, 눈 코 입은 콩알만 했습니다. 짝의 눈이 작기는 했습니다. 짝을 자세히 보고 특징을 살려서 열심히 그렸다고 칭찬을 듬뿍 해줍니다. 사실은 그 아이에게 더 작은 종이를 주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크기의 종이에 그려야 전시하기가 편해서 그리한 것입니다. 더 작은 종이를 주었으면 훨씬 쉽게 그렸을 텐데.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없는 아이는 아무것도 없는 종이가 두려움이 대상입니다. '백색공포'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죠. 크기를 줄여주면 훨씬 마음에 안정을 찾습니다. 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어른의 성미에 맞지 않아도 수정하거나 어른의 생각대로 요구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그린 선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말로 표현하게 하는 활동이 더 중요합니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말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그림에 담겨 있는 소중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나중에 학교사랑 그리기를 하는 날, 영진이는 제법 학교사랑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그려 상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그림을 그리는 공포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2학기가 되자 영진이는 그림을 그릴 때 더 이상 못 그리겠다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이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입니다.